[인터뷰]양재봉 대신그룹 회장…中企살려야 경제 산다

  • 입력 1996년 11월 22일 20시 14분


1944년 조선은행(한국은행전신)에 첫 발을 들여놓은 이래 55년 조흥은행 흥업은행(한일은행전신)행원을 거쳐 71년 한일은행 서울청량리지점장의 중책을 맡는다. 73년엔 단자사인 대한투자금융을 설립, 금융기관을 직접 경영하게 된다. 75년 중보증권을 인수해서 대신증권으로 개명, 보잘것없던 회사규모를 키워 사실상 대신증권을 창업한거나 다름없다. 오늘날엔 증권을 모체로 생명보험 경제연구소 개발금융 정보통신 투자신탁 팩토링 등 9개 금융계열사와 사회공익사업을 하는 대신송촌문화재단을 이끌고 있다. 금융전업기업가로 성장하기까지 50여년을 거의 금융산업이란 외길을 걸어왔다. 梁在奉(양재봉·71)대신그룹회장. 우리나라 증권계의 원로이자 금융업계의 산 증인으로 통한다. 양회장은 작년부터 예견되기는 했지만 요즘 국내경제 돌아가는 게 여간 걱정이 아니다. 「증권―금융업계 산증인」 『아시다시피 우리나라는 부존자원이 없어 해외에서 원료를 사다가 가공수출해서 외화를 벌어들여야 하는데 올해 경상수지적자가 2백억달러를 넘을 전망이라고 합니다. 원화가치가 떨어지고 달러환율이 오르는데도 무역수지가 개선되지 못하는 게 이해가 잘 안됩니다. 흑자는 못 될망정 이렇게 적자규모가 커서는 곤란합니다』 ―우리 경제가 이렇게 어려워진 까닭을 어떻게 보십니까. 『전자 자동차 조선 섬유 등 주력산업의 경쟁력이 떨어져 적자가 커지고 중소기업의 뿌리가 취약하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중소기업이 단단한 대만이 경기상승국면을 보이는 것과는 대조적이죠. 중소기업을 바탕으로 산업체질을 강화해야 합니다』 양회장이 금융업에 직접 손을 대게 된 것은 지난 73년1월 당시 金滿堤(김만제·현 포철회장)한국개발연구원장의 조언 한 마디가 계기가 됐다. 그래서 그는 늘 김원장을 고맙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청량리지점장으로 일할 때였는데 새해 인사차 방문을 했습니다. 그때 금융산업에 대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던 중 김원장이 은행근무 경험을 살려 단자회사 같은 금융업을 직접 운영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권유해요. 꿈 같은 말씀이었지만 이에 용기를 얻어 가깝게 지내던 林大洪(임대홍)미원그룹회장 朴炳圭(박병규)해태제과사장과 동업으로 대한투자금융을 설립하게 되었고 이것이 제 인생의 분수령이 됐지요』 적자에 허덕이던 중보증권을 인수할 당시 이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업계 랭킹 25위의 바닥권. 대신증권으로 새 출발을 한뒤 불과 3년만에 이를 2위로 끌어올리는 경영수완을 발휘해 그는 증권계에서 주식 채권시장에 대한 안목이 높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75년 서울 명동 국립극장 공매입찰에 참여, 특정인사의 비호를 받는 재벌기업 등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낙찰받음으로써 무명의 대신증권을 일약 유명기업으로 만들었다. ―요즘 국내 증권시장을 어떻게 보십니까. 「증시 자율화 시급하다」 『종합주가지수가 약 37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는 불안한 침체 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만 경기와 수급이 동시에 악화했기 때문입니다. 올들어 경기가 하락양상을 보이는데다 내년 경제성장이 둔화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습니다. 기업이 잘 돼야 주가가 오르는 법인데 그렇지 못하니 침체할 수밖에 없지요』 ―어떻게 하면 증시를 회복시킬 수 있을까요. 『주가와 금리는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형성되는 것처럼 자율적이고 자연스럽게 주가나 금리가 자리를 잡도록 놔둬야 합니다. 물론 증시의 파국마저 방치하자는 뜻은 아니고 증시체질을 강화시켜야 한다는 얘기죠. 주가가 폭락한 뒤에 조치를 내리기보다는 미리미리 장애물을 제거해 주가가 자연스럽게 제자리를 찾도록 여건조성에 정책당국 증권업계 투자자가 함께 힘써야 합니다. 물량공급억제 등 증시의 구조적인 체질개선면에서는 아쉬운 면이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주가하락으로 많은 손실을 보고 있습니다. 지금 투자를 해도 괜찮습니까. 『아무리 침체국면이라도 값이 오르는 주식이 있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1인당 국민소득 2천달러시대나 1만달러시대의 투자패턴과 마인드가 별로 달라진게 없어요. 느낌이나 풍문에 의해 투자한다는 것이죠. 이제 선진국경제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눈앞에 두고 있습니다. 선진국 투자기법을 도입해야 합니다. 그전엔 값이 많이 나가는 주식이라도 액면가의 2, 3배가 고작이었는데 이제는 1백배에 달하는 종목도 생겨나고 있지 않습니까. 주식투자에 전문성이 요구되는 단계에 왔습니다. 국제감각을 갖추고 경기전망 기업수 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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