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 대한 타당한 오해들〈30〉
나는 워낙 어울려 다니는 것도 싫어하거니와 특히 물건을 살 때는 언제나 혼자 다니는 게 습관이 되어 있다. 누군가는 여행을 함께 하면 상대의 성격과 인간됨을 다 알 수 있다고 하고 누군가는 고스톱을 쳐보면 그렇다고 하는데, 물건을 함께 사러 다니는 것도 그 못지않게 사람의 속내가 노출된다.
내가 쇼핑하러 혼자 다니는 것은 동반자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일이 번거롭기도 하지만 내 취향이나 물건 사는 방식에서 성격이 노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애리는 정반대였다. 그애는 물건 고르고 사는 일을 즐거워했고 남의 쇼핑에 참견하는 것까지도 좋아했다. 말하자면 무엇을 결정하는 일을 좋아하는 거였다.
그뿐이 아니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기의 결정에 대해 두고두고 호평을 그치지 않는다.
『언니, 그 부츠 말야. 지퍼 있는 걸로 사기를 잘 했어. 그래야 두꺼운 양말도 신을 수 있지. 난 추위를 많이 타거든』
『아까 내가 빨간색 머그잔 사니까 언니는 그거 못마땅한가 보더라? 언니는 찻잔 살 때 대충 무난한 걸로 고르지? 아마 빨간색 찻잔 같은 건 안 써봤을 거야. 양철이라 손잡이가 좀 뜨겁긴 하겠지만 차 마시는 기분은 제대로 날걸. 싫증나면 버리면 되고. 그래서 난 찻잔 같은 건 비싼 거 절대 안 사』
『숄더백은 검정보다는 갈색이 훨씬 나아. 캐주얼한 옷에 검정은 좀 무거워 보이잖아. 언니, 내 덕분에 때깔 있는 물건 고른 줄이나 알아. 언니가 고른 건 너무 밋밋하더라. 백은 심플한 게 좋지만 그래도 강조점은 하나 있어야지. 금속장식이라도 그건 광택이 은은해서 유치하진 않더라』
하지만 그것만이라면 그래도 참을 수 있다. 애리는 무슨 일이든 내 성격에 빗대서 말하길 좋아한다는 게 문제였다.
『언니는 물건을 왜 그렇게 대충 골라?』
『또 무슨 말 하려고 그래?』
『언니는 모든 상황에서 완전한 주체는 되지 않고 거리를 두고 관망하려고 하는 것 같아. 그런 게 언니가 사는 방식인 모양이지?』
…내가 사는 방식?
나는 옆눈으로 애리를 흘끗 쳐다본다. 조수석에 않은 애리가 머리를 움직여 내쪽을 쳐다볼 때마다 옅은 향수냄새가 코끝을 스친다. 옆모습의 선이 섬세하다.
<글:은 희 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