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成柱기자」 파란 나라 엄마들.
경기 성남시 상대원동 대일초등학교 교사와 학생들이 1학년5반 어머니회 회원들을 부르는 말이다. 7명의 회원이 함께 동화 스터디그룹 「파란 나라」를 만들어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파란 나라 모임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어머니회 회장 박점숙씨(33)의 힘이 컸다. 박씨는 지난 4월 어머니회가 구성되자 좋은 책으로 학급문고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일부 회원들이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자 박씨는 「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이라는 책을 선물하고 학급일로 만날 때마다 설득했다.
지난 5월 1학년 5반 어머니회는 회비 5천원씩을 거둬 담임선생과 식사를 하는 대신 어린이도서연구회라는 단체가 선정한 좋은 책 중 10여권을 학급에 기증했다. 어린이책과 인연을 맺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들은 아이들이 책을 받고 좋아하는 모습이 눈에 밟혔다.
이들은 보다 더 뜻깊은 일을 하기로 하고 김숙씨(32)를 회장으로 「파란 나라」를 만들었다.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지난 8월말이었다.
회원들끼리 매달 첫째 셋째 목요일 오전10시 상대원동 언덕중턱의 「만남의 집」 지하실에서 동화공부를 한다. 이곳은 천주교 베네딕트수녀원에서 각종 주부모임을 위해 제공하는 공간.
파란 나라 모임에서는 먼저 대중가요 한곡을 함께 불러 목청을 틔운 뒤 자신이 아이에게 읽어줬던 동화, 다른 어린이에게 권하고 싶은 책, 효과적인 독서지도법 등에 대해 토론한다. 아이들은 엄마가 모임 뒤 가져온 책들을 즐겨 읽었으며 좋은 책을 골라 읽는 버릇도 자연스럽게 생겼다. 동생에게 책을 읽어주기도 하고 오랜만에 찾아온 할머니에게 동화책을 읽어줘 온가족의 미소를 자아내기도 한다.
엄마들은 인성교육의 중요성에 대해 눈을 떴고 서로 친구처럼 어울리게 됐다. 지난달초에는 담임선생 김용우씨(31)와 함께 아이들을 데리고 부근의 사기막골로 들꽃기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이번 주말엔 회원들끼리 김장도 함께 할 예정이다. 1학년 5반 학급문고의 현재 도서수는 1백여권. 모두 파란 나라 엄마들이 고심끝에 선정한 좋은 책들이다. 89년 맞춤법개정 이전에 나온 책이나 미국 일본 등에서 만든 흥미위주의 그림책들이 하나도 없다는 게 자랑이다.
파란 나라 엄마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학교측에 『교내도서실을 마련하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교장선생님은 빈 교실 하나를 곧 교내도서실로 꾸미겠다고 화답했다. 이 때문에 요즘 파란 나라 엄마들은 책장과 책들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이들은 좋은 책이야말로 아이들에게 줄 가장 큰 선물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