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무궁화꽃 홀대 애석…관공서 먼저「동산」조성을

  • 입력 1996년 11월 26일 20시 01분


「빛의 나라 아침 햇살 꽃으로 핀다」. 독립기념관 경내 무궁화동산에 오롯이 선 무궁화시비에 새겨진 박두진의 시 「무궁화」의 첫머리다. 우리꽃에 대한 애틋한 사랑이 배어나는 듯하다. 요즘 나라꽃 무궁화가 홀대받고 있어 안타깝다. 민의의 전당인 국회를 보자. 위세야 당당하지만 어느 구석을 뒤져도 무궁화는 찾아볼 수 없다. 모국회의원은 무궁화가 나라꽃으로 부적격하니 다른 꽃으로 바꾸자고 말하기까지 했다. 진딧물 등 벌레가 많이 낀다느니 꽃이 화려하지 않다는 핑계다. 키가 작고 목재로서의 가치가 없다고도 이유를 들었다. 일본 제국주의가 우리의 민족정신을 말살하기 위해 무궁화를 비하 멸시했던 발상과 어쩌면 그렇게도 같은지 어이가 없다. 무궁화는 우리 민족성을 극명하게 상징하는 꽃이다. 흰 꽃잎에 붉은 화심은 선비정신을 뜻한다. 비옥하든 척박하든 가리지 않고 어디서나 자생하는 특질은 우리의 민족사를 대변한다. 그 은근하고 소박하며 겸손한 자태에 한 나무에서 수만송이의 꽃이 피고 지는 엄청난 군집성은 선조들의 덕목을 그대로 보여준다. 국회 정원에 무궁화동산을 세우자. 의사당 벽에도 대형 무궁화 그림과 사진을 걸어 드나드는 이들마다 선조의 정신을 되새기게 하자. 청와대와 정부청사 관공서 등에도 무궁화동산을 조성했으면 좋겠다. 건축물 준공검사 조건으로 무궁화 심기를 의무화하는 방법도 바람직하겠다. 전 영 기(부산 서구 아미2동 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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