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 되는 조건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이 전부는 아니다. 26일 OECD가입이 국회에서 비준되어 선진국 대열에 발을 내딛게 됐으나 지금부터가 더 중요하다. 다시 말해 선진국으로서의 형식적 요건은 갖추었으되 우리 국민의 삶이 실제 선진국이 되는 실질적 요건을 충족하기에는 아직 멀다.
자본시장개방에 따른 금융시장 교란가능성과 경제충격은 이미 하도 많이 들어 경각심이 높아져 있다. 그동안 정부도 98년 가서야 완전개방키로 하는 등 단계적으로 꽤 준비를 해왔다. 그러나 경제적 준비만이 선진국 조건은 아니다. 그 나라의 인권 문화 예절 환경 교육 보건의료 소비자보호 등 따져야 할 사회 문화적 요인이 너무 많다.
우선 고용면에서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낮고 임금격차도 커 인력활용이 제대로 안된다. 특히 전문 기술직 종사자의 비중이 10.3%로 OECD평균의 20%수준에 미달하는 후진적 취업구조는 문제다. 근로시간이 93년 주당 48.9시간으로 OECD국가중 가장 많은 것도 경쟁력을 강화해 가면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또 우리는 남자 골초가 많은 반면 보건에 대한 한사람 지출액은 이탈리아의 13분의 1에 불과하다. 소홀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와 아직도 높은 화석연료 사용으로 하늘은 늘 뿌옇다. 그 하늘 아래 교사 한사람이 30명의 학생을 가르치며 선진국의 10∼20명 수준을 부러워한다.
그러나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들의 남을 생각하는 예절감각의 부재다. 자동차만 타면 어른 아이없이 반말이고 남에게 먼저 인사하려 하지 않으며 젊은 엄마는 공중도덕보다 제자식 기 키우기에 더 열을 낸다.
참된 선진국은 우선 예절과 공중도덕을 지키는 데서 찾아야 한다. 남과 이웃을 의식하지 않는 국민은 결코 선진국민이 될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OECD 비준 이후의 가장 큰 과제는 선진국 진입에 걸맞은 인권의 보장과 향상이라는 국제적 규범을 어떻게 지켜나갈 것인가 하는 OECD 회원국으로서의 책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