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許 燁기자」 그룹 「이니그마」(수수께끼)는 90년대들어「MCMXCa.D」 「The Cross Of Change」를 발표했던 주인공. 성(性)과 종교에 관한 문제를 형이상학적으로 파고 들었고 정체모를 가사와 그레고리안 성가의 차용, 마법의 세계에 있는 듯한 사운드, 고혹적인 보컬 등으로 열풍을 일으켰다. 음반 판매고는 두장 합해 2천만장.
요즘 팝계의 화제는 「이니그마」가 최근 발표한 세번째 앨범이다. 「이니그마」의 리더이자 프로듀서인 마이클 크레투의 설명에 따르면 3집은 인간 존재에 대한 수수께끼를 다루고 있다.그는 『성과 종교의 문제를 존재의 영역으로 끌어 당겼다』며 『존재의 문제는 죽느냐 사느냐가 아니라 왜 존재하느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새 앨범은 제목부터 「왕은 죽었다.새 왕을 경배하라」(Le Roi Est Mort,Vive Le Roi)이다. 음반 도입부인 「Le…」는 「사물은 변하고 있지만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 그래도 변화는 있다. 왕은 죽었다. 새 왕을 경배하라」는 수수께끼같은 가사로 음반 전체의 개념을 시사하고 있다.
첫싱글로 발표된 「Beyond The Invisible」(보이지 않는 세계를 넘어)에 이르면 조금은 구체적이다. 어렵지 않은 단어로 쓰인 가사는 「현실을 넘어 볼 수 있는 것을 따른다면 인생의 굴레를 벗어날 수 있다」는 말로 존재의 아리송함을 풀어보려 한다. 크레투는 그러나 정작 『음악은 스스로 설명하며 듣는 게 아니라 느끼는 것』이라며 그 수수께끼에 대한 풀이를 유보.
크레투는 57년 부쿠레슈티 출생으로 독일 프랑크푸르트 음대를 수석졸업한 뒤 83년 솔로앨범을 통해 실험적 사운드의 개척자로 부상했다. 90년대 2장의 앨범에서 인간의 원초적 문제를 파고든 그는 국내팬들에게는 93년 에로틱 미스터리 영화 「슬리버」의 사운드 트랙중 「칼리의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다.
이번 새앨범은 크레투가 존재와 삶의 수수께끼를 풀어보려는 「이니그마 프로젝트」의 3부작. 완결편이 언제 나올지 모르지만 이번 3편 역시 예사롭지 않은 반응을 자아내고 있다. 새 앨범은 발매되기 전 이미 4백만장의 주문이 들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