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26)

  • 입력 1996년 11월 27일 20시 03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16〉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대상 객주를 나온 뒤 당나귀 몰이꾼을 불러 당나귀를 탔습니다. 당나귀 몰이꾼은 나를 다르브 알 뭉카리 거리에까지 데리고 갔습니다. 거기서 나는 당나귀 몰이꾼을 향해 태수 댁을 알아오라고 분부했습니다. 잠시 동안 사라졌던 경마잡이는 되돌아와서 말했습니다. 「내리십시오. 바로 저기입니다」 그래서 나는 당나귀에서 내려 사분의 일 디나르 금화 한 닢을 주면서 말했습니다. 「날이 새거든 곧 마중을 와주게」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경마잡이는 나에게서 돈을 받아 가지고는 흐뭇해 하는 표정으로 돌아갔습니다. 문을 두드리자 백인 노예계집 두 사람이 나와 나를 맞이했습니다. 그들은 둘 다 젊고 달처럼 아름답고 가슴이 불룩한 처녀들이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아씨께서 기다리고 계신답니다」 그녀들이 이렇게 말하자 나는 수줍고 부끄러워 빨갛게 얼굴이 달아 올랐습니다. 그러한 나의 표정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녀들은 귀띔해 주었습니다. 「아씨께서는 어젯밤 한숨도 주무시지 못했답니다. 당신이 오신다고 너무 기뻐서요」 나는 홀을 지나 문을 일곱 개나 거쳐 객실로 들어갔습니다. 바닥은 대리석을 깔고, 사방에는 온통 비단 휘장과 벽포가 내리쳐져 있어서 더없이 아늑한 방이었습니다. 천장에는 황금으로 섬세한 무늬를 놓고, 도리는 군청색으로 쓴 글자들로 장식되어 있었습니다. 석고를 바른 벽은 거울처럼 반들거렸습니다. 객실 주위에는 격자창이 있는데, 창문 밖으로 보이는 정원에는 온갖 과일나무들이 들어서 있고, 나뭇가지에는 새들이 지저귀고 있었습니다. 그런가하면 그 정원 한가운데로는 더없이 맑은 냇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 낯선 객실에 혼자 앉아 주위를 두리번거리고 있으려니까 이윽고 그녀가 나타났습니다. 그녀는 진주와 보석으로 장식을 하고, 얼굴에는 남빛 점을 그리고, 눈썹에는 코르 가루를 바르고, 손발은 헨나로 붉게 물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화사한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까 눈이 다 부실 지경이었습니다. 여자는 나를 보자 방긋 미소 짓더니 쪼르르 달려와 내 앞에 무릎을 꿇고 내 손에 입맞추며 말했습니다. 「그리운 님, 당신이 오시다니, 이건 꿈이 아닐까요? 알라께 맹세코, 저는 당신을 뵌 순간부터 잠도 잘 수 없고 식사도 할 수가 없답니다」 「나도 마찬가지랍니다. 나는 당신의 노예랍니다」 내가 말했습니다. 그녀는 두 팔로 나를 꼭 그러안음으로써 자신의 가슴을 내 가슴에 밀착시킨 채 내 입에다 자신의 입을 대어 입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는 내 혀를 빨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물론 그렇게 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서로 입맞추던 그녀와 나는 이윽고 나란히 앉아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수줍어서 고개도 제대로 들 수 없었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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