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교단을 지켜온 서울시내 초등학교 교장 17명이 교육기자재 업자들로부터 뇌물을 받아 무더기로 징계를 당한 사건은 참으로 안타깝다. 특히 그중 11명이 파면 또는 해임된 것은 본인은 물론 교육계로서도 매우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번 일로 해당학교 어린 학생들이 상처를 입지 않을까 생각하면 더욱 가슴 아프다.
검찰은 이들의 비리내용을 밝혀내고도 교육계의 특수성을 고려, 형사처벌을 하지않고 징계만 하도록 통보했다고 한다. 뇌물액수만을 일반공무원들의 경우와 비교해보면 징계내용이 다소 가혹한 느낌도 없지 않다. 교육자에게는 이 정도의 징계만으로도 명예에 치명적인 타격이다. 그러나 비리가 드러난 이상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은 당연하고 그들의 행위는 높은 사도(師道)를 기대하는 사회에 배신감마저 안겨줬다.
교장들의 비리를 부른 교육기자재 구입방법에도 문제는 있다. 현재 각 학교는 교장 책임아래 교육기자재를 개별구입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물품은 2천만원까지, 공사는 5천만원까지 수의계약을 할 수 있게 돼 있다. 웬만한 물품구입과 공사의뢰는 교장의 마음에 달린 것이다. 교장이 업자들과 직접 만날 기회와 돈의 유혹을 아주 가까이 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여기에 마음이 흔들리는 교장도 문제지만 제도적으로 비리소지를 묵인해온 교육행정당국도 책임이 크다.
교장의 계약체결재량을 대폭 축소, 원천적으로 돈의 유혹에 빠질 기회를 차단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예산절약과 품질보장을 위해서도 예컨대 교육청이 각 학교의 신청을 받아 공개입찰을 통해 공동구입하는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교육책임자인 교장을 돈문제에서 해방시켜 사도를 지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