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이맘 때면 홍콩섬 서북구역의 한국무역협회건물 코리아센터부근 뒷골목에 뱀탕집들이 등장, 성업을 이룬다. 가게 한 귀퉁이에 뱀이 들어있는 철망을 씌운 나무상자들이 차곡차곡 쌓여있고 주방의 큰 솥에서 끓는 구수한 뱀탕냄새를 쫓아 늦저녁 이 골목을 어슬렁거리는 손님들. 그들은 누구 눈도 아랑곳 없이 보도에까지 내놓은 식탁에 둘러앉아 스네이크 수프를 즐긴다. 동면을 앞둔 기름진 뱀들을 먹고 보신하는 것이다
▼보신에 관한한 2등 하라면 서러워하는 한국인들이다. 몸에 좋다면 닥치는대로 찾아 먹는다. 사슴피 곰쓸개는 물론이고 곰발바닥 호랑이뼈 원숭이골 코브라고기 등 특히 정력에 좋다면 비싸고 싸고, 날 것 익힌 것 가리지 않고 우선 먹고 본다. 한국인들의 보신관광이 남부끄러운 지탄거리가 된 지 오래다. 태국에서는 잔인하게 죽인 곰때문에 한국인 관광객이 구속되는 등 문제를 일으키기도 했으나 다행히 무혐의로 끝났었다
▼사람 발길이 뜸한 휴전선부근과 지리산 등 산악지역에서 야생동물 밀렵이 최근 성행, 물의를 빚고 있다. 서울 경동시장에서 암거래되는 밀렵 야생동물에는 천연기념물까지 끼여 있다니 일부 호사가들의 보신 집념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다. 밀렵으로 우리나라 고유동물들이 멸종위기를 맞고 있는 것도 적지않다. 그러나 정력에 좋다고 사슴피 노루피 멧돼지고기 등을 날 것으로 그냥 먹을 경우 엄청난 위험부담이 따른다는 것을 왜 모를까
▼최근 사슴 노루 멧돼지 등의 피와 날고기를 먹은 사람들이 톡소포자충증에 걸려 시력장애로 고통받는다는 보도다. 10여명이 감염돼 이미 2명이 실명했다고 한다. 현대 의학으로 완치가 불가능하며 3년내에 50%가 재발한다는데 그래도 야생동물 피를 마시겠다면 할 수 없다. 우리는 날 것이 지닌 위험성을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다. 무엇이든 끓이고 익혀 먹는 중국인의 지혜를 배울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