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訪日 외국원수에 신사참배하라니…

  • 입력 1996년 11월 30일 20시 12분


▼일본 도쿄(東京) 중심가인 지요다구(千代田區) 구단(九段)에 자리잡은 야스쿠니(靖國)신사. 일본 신도(神道)의 성역으로 역대 전몰자들의 영령을 안치한 곳이다. 야스쿠니측 말대로 하면 「일본의 영원한 평화와 영광을 기원하며 일본민족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전몰영령들을 신분 계급 연령 성별을 불문하고 제사지내는 곳」이라지만 사실은 일본 군국주의의 원흉들을 제사지내며 과거의 영광을 되새기는 곳이다 ▼1869년 6월 메이지(明治)일왕 지시로 쇼콘(招魂)사란 이름으로 건립돼 1879년 「국가를 평안하게 한다」는 의미의 야스쿠니로 개칭된 이곳에는 현재 2백46만여 전몰자영혼이 안치돼 있다. 그중 87%가 1884년 청일(淸日)전쟁 이후 일본의 대륙침략과 태평양전쟁에서 죽은 영혼들이다. 이 중에는 일본 패전 전에 안치된 2만1천여 「한국인 일본병사」도 포함돼 있다 ▼韓日(한일)합방의 원흉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 데라우치 마사타케(寺內正毅)에서 아베 노부유키(阿部信行)에 이르는 역대 조선총독, 러―일전쟁의 영웅 도고 헤이하치로(東鄕平八郎), 태평양전쟁 A급전범 도조 히데키(東條英機), 진주만공격의 주역 야마모토 이소로쿠(山本五十六) 등도 야스쿠니신사에 「모셔져」 있다. 이들은 매년 4월과 10월 신도의식으로 거행되는 제사를 받는다. 패전기념일인 8월15일도 중요한 참배일이다 ▼이 야스쿠니신사에 75년부터 일본각료와 총리들이 슬금슬금 참배를 시작하더니 이번에는 집권 자민당 일부에서 일본을 방문하는 외국원수들도 이곳에 참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놨다는 소식이다. 역사에 대한 반성은 커녕 외국인, 그것도 외국원수에게 일본 신도와 파시즘의 상징에 참배를 요구하다니 한마디로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들인지 의심스럽다. 정말 두고두고 경계해야 할 나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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