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이 짙어지고 있다. 그러나 민생안정을 책임져야 할 정치는 방향감각을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경기가 하강추세를 보이고 고용불안이 확산되고 있는데도 정치권의 관심은 경기회복보다는 1년뒤에나 있을 대통령선거에 쏠려 있다. 도대체 정치권은 무엇이 급하고 무엇이 중요한지를 알고나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와 민생보다는 정권잡기가 더 급하다고 보는 것인지 묻고 싶다.
지금 우리경제는 지극히 나쁘고 장래 또한 불투명하다. 지난 3.4분기 경제성장률은 6.4%로 지난 93년 3.4분기 이후 3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이대로라면 올해 경제성장률은 6.9%에 그치리라는 어두운 전망이다. 이와 함께 올해 경상적자는 2백20억달러로 지난해의 2.5배, 국내총생산의 4.6%에 이를 전망이다.
거기에다 내년 전망은 더욱 어둡다. 성장률은 6.3내지 6.5%선으로 더욱 낮아지고 경상수지 적자도 1백80억달러를 내려서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국제 통화기금(IMF)도 국제수지적자와 성장률둔화 그리고 통화팽창위험을 들어 한국경제의 전망이 어둡다고 진단하고 있다. 경제가 이같이 어려워진 근본 원인이 경쟁력 부족과 수출부진에 있는 것이고 보면 내년 이후에도 우리 경제가 순탄하게 회생하리라는 보장이 없어 더욱 걱정스럽다.
뿐만 아니라 이같은 경제의 어려움은 지수상의 문제가 아니라 이미 서민이 피부로 느끼고 있다. 고용이 지극히 불안해지고 서민가계의 물가불안이 소비를 위축시키기에 이르고 있다. 지난 1년간 제조업의 취업자수는 1.8%나 줄었고 내년엔 고용기반이 더욱취약해져실업률이2.2%로 올라가리라는 전망이다. TV 드라마에서조차 명예퇴직을 다룰 정도로 중장년의 실직이 늘고 대학졸업자의 취업난이 고질화하고 있다. 경제와 민생은 이미 모든 국민의 걱정거리가 되고 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같은 국민의 걱정을 알고 있는 것 같지 않고 정부 또한 이 문제에 충분히 대처하고 있는 것 같지 않은 느낌이다. 정치권은 여야 가릴 것 없이 내년 대통령선거에 온통 눈과 마음을 팔고 있는 모습이다. 선거는 아직 1년이나 남았는데도 대권문제를 둘러싸고 저질언어가 난무하고 일부 정치지도자는 대선후 개헌론까지 제기하는 등 벌써부터 여야는 국민의 시선을 끌기에 급급한 대선전초전을 벌이고 있다. 경제와 민생이 어려운데 국민생활의 안정을 걱정해야 할 정치가 이래서 되겠는가. 국민의 실망이 크다.
정치는 국민의 마음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모으는데 기여해야 한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한다는 믿음이 없고서는 국민이 마음을 모아 어려움을 극복할 수 없다. 정치권은 지금 국민에게 가장 다급한 현안인 경제문제에 눈을 돌려 회생대책을 이끌어 내는데 진력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