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음주운전]한잔의 유혹…『죽음의 키스』

  • 입력 1996년 11월 30일 20시 16분


「특별취재팀〓梁基大기자」 탤런트 申恩慶(신은경)과 농구선수 許載(허재)가 잇따라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냈다. 「공인」들이 최소한의 자기관리도 못했다해서 팬들의 실망이 크고 시민들의 비난도 거세다. 잘 알려진 스타든 일반 시민이든 우리나라 사람들은 음주운전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회사원 이모씨(39)는 지난 5월중순경 서울용산구 삼각지주변의 한 음식점에서 고교동창 4명과 오랜만에 모임을 가졌다. 이씨는 모임에 잠시 얼굴만 내밀고 자리를 뜨려고 했다. 집이 경기도 부천인데다 다음날 지방출장을 가게 돼 있어 골목길에 주차해놓은 차를 몰고가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모임이 무르익으면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목청 큰 한 동창이 『야, 오랜만에 만났는데 술한잔 안할 수 있느냐』며 건배를 제의했다. 그러나 그뒤부터가 문제였다. 한 동창이 맥주에 소주를 타서 마시는 폭탄주를 제의했고 다른 동창들이 박수를 치며 환영했다. 이씨는 처음에는 『운전을 해야 한다』며 한사코 거절했다. 그랬더니 여기저기서 『음주운전 한번 안해본 사람 있느냐. 정그러면 차를 놓고 가면 되지 않느냐. 언제부터 그렇게 변했느냐』는 등 압력을 가해왔다. 밤11시쯤 주변의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겨 2차까지 했다. 자연히 자정을 넘겼다. 이씨는 취중이라도 차를 놓고 갈 경우 다음날 일이 걱정됐다. 이씨는 일단 심호흡을 한차례한 뒤 운전석에 앉았으나 도저히 부천까지 차를 몰고 갈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 호프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서소문근처의 회사주차장에 차를 놓고 가야겠다고 생각을 바꿨다. 하지만 운전을 시작하자마자 졸음이 몰려왔다. 순간적으로 졸다가 깜짝 놀라 깨보니 차가 중앙선을 넘고 있었다. 등골에 식은땀이 흘렀다. 이씨는 『조심해야지』라고 스스로 다짐했지만 그때뿐이었다. 또다시 금방 졸음이 쏟아졌다. 이번에도 곧바로 깼으나 차는 이미 중앙선을 넘어 마주오던 차와 정면충돌직전이었다. 급히 브레이크를 밝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마침 이날은 비가 내려 길도 미끄러웠다. 이씨는 이날 사고로 턱과 갈비뼈 오른쪽 무릎을 다쳐 전치 3개월의 부상을 입고 병원신세를 져야 했다. 이씨는 그후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고 있다. 『서울외곽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술을 마시더라도 출퇴근 걱정 때문에 웬만하면 차를 몰고 가려고 합니다. 이게 바로 음주운전사고를 내는 가장 큰 요인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또 주위에서 술을 강요하는 풍토도 큰 문제입니다. 진정한 동료나 친구라면 음주운전을 하지 말도록 서로 감시해야 하지 않겠어요』 이씨가 음주운전사고를 낸 후 얻은 교훈이다. 우리나라의 음주운전사고는 매년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음주운전사고가 1만7천7백77건이었으나 올해는 지난 8월말 현재 벌써 2만8백4건에 달하고 있다. 음주운전사고로 인한 사망자도 지난 8월말 현재 4백34명으로 전년동기에 비해 7.4%가 증가했다. 대형사고의 원인이 되고 있는 고속도로 음주운전사고도 급증하고 있다. 금년 8월까지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음주운전사고는 1백48건으로 작년 한햇동안의 1백21건보다 훨씬 많다. 경찰청 朴喜元(박희원)교통지도국장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경우 음주운전이 일상화되다시피해서 단속이라는 그물을 던지면 언제든지 걸려든다』며 『음주운전의 해악에 대한 운전자들의 치열한 각성없이는 단속만으론 음주운전을 근절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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