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에는 부모를 찾고 싶은 생각도 들었지만 어렵게 살다보니 그 사람들이 싫어졌고 왜 나를 버렸나 하는 원망만 하게 됐습니다』
30일 오후 서울 동부경찰서 강력1반. 10대 청소년 두명이 수갑을 찬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들은 택시와 승용차 운전자를 흉기로 위협해 세차례에 걸쳐 금품을 빼앗은 혐의로 잡힌 송모(19·무직·서울 성동구 성수2가)와 전모군(19·무직·충남 태안군).
초등학교 6학년이던 13세때 부모에게 버림받고 할머니와 어렵게 살다 집을 뛰쳐나왔다는 송군은 더이상 부모에 대해 말하고 싶지 않은듯 눈을 감아버렸다.
『직업도 없이 둘이 지난 8월부터 자취하다가 돈이 떨어져 며칠을 굶었어요. 배가 너무 고파 경찰활동을 소개하는 TV방송에서 택시강도수법을 보고 그대로 하기로 마음 먹었죠』
송군은 화제를 바꿨다.
지난 9월2일 새벽 3시반경 서울 광진구 자양동 한강빌딩 앞길. 이들은 손님을 가장해 택시에 올라탔다. 택시가 목적지인 안양에 거의 도착했다.
『아저씨 여기가 아니니 조금 더 가주세요』
이들은 겁이나 서로 눈짓을 하며 망설였다.
『몇번을 망설였지만 어차피 주머니에는 택시비를 낼 돈도 없어 일을 저지르고 말았어요』
현금 8만여원을 빼앗아 배불리 밥을 먹었다.
두번째는 더 쉬웠다. 같은달 5일 새벽3시경 비슷한 방법으로 개인택시를 털었고 마지막으로 10일 새벽2시반경 술에 취해 승용차에서 자고 있던 김모씨(27·회사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렀다.
『다른 애들이 오토바이를 훔치면서 망을 보라고 해서 시키는대로 하다가 잡혔어요. 다른 애들은 부모가 와서 풀려 났는데 저는 동두천에 있는 한 사설 수용소에 가야 했습니다』
부모에게 버려져 전과 4범이 되어버린 송군은 『부모가 지금 나를 찾아와도 같이 살고 싶은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눈가에 언뜻 스쳐가는 그리움마저 숨길 수는 없었다.
〈金載昊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