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31)

  • 입력 1996년 12월 2일 19시 59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21〉 오른손이 없는 젊은이는 계속해서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했습니다. 『내가 미처 대답을 하지 못하고 있으려니까 총독은 다시 한번 소리쳤습니다. 「바른대로 말하지 못할까?」 그제서야 나는 고개를 떨구며 말했습니다. 「예, 훔친 것입니다」 내 입에서 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모여 있던 사람들은 탄성을 질렀습니다. 그리고 일단 내가 고백을 하자 일은 신속하게 진행되었으니, 총독은 증인을 불렀고, 증인들은 내 앞으로 나와 내 자백을 증언했습니다. 뒤이어 총독은 형리에게 내 오른손을 자르라고 명령했고, 형리는 명령에 따라 나의 오른손을 잘랐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기절해 버리고 말았습니다. 총독은 내 왼발도 자르라고 명령했지만 나를 측은하게 여긴 기병이 나서서 간곡히 빌어주었던 덕택에 발을 자르라는 명령은 거두어 들였습니다. 형 집행이 끝난 총독은 부하들을 거느리고 돌아갔습니다. 그때까지도 나를 둘러싸고 있던 군중들 중에 누군가가 나에게 포도주 한잔을 먹여주었습니다. 그리고 피를 멎게 한다는 약초 가루를 뿌려주었습니다. 한편 나를 고발했던 그 기병으로 말할 것 같으면 그는 내 처지가 딱했던지 문제의 그 지갑을 내 호주머니에 넣어주면서 말했습니다. 「너처럼 잘 생긴 젊은이가 도둑질을 하다니, 마음을 고쳐먹고 앞으로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마」 그래서 나는 눈물을 흘리며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알라께 맹세코, 나는 날 때부터 손버릇이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운수 사납게 타락하여 잠깐 실수로 저지른 일. 가난과 고생에 시달려 발이 빠진 허물의 수렁. 내가 쏜 것이 아니라 알라께서 쏜 화살에 맞아 내 머리의 왕관은 그만 진창에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기병이 가고난 뒤, 나는 잘린 한쪽 손을 누더기에 싸서 품에 넣고 비틀비틀 그 자리를 떴습니다. 내 꼴은 형편없이 초라해지고, 내가당한모욕과고통때문에낯빛은누렇게떠 있었습니다. 그 참담한 꼴을 해가지고는 비틀거리며 걸어가고 있던 나는 어느 틈엔가 그 여자의 집 앞에 와 있는 나 자신을 발견했습니다. 더할 수 없는 절망 상태에 빠져있으면서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그녀를 그리워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여자의 집에 도착한 나는 불안이 겹친 혼란된 마음을 견디지 못해 침상 위에 몸을 던지고 말았습니다. 여자는 나의 그런 꼴을 보더니 걱정스런 목소리로 물었습니다. 「대체 왜 그러세요? 지난 일주일 동안은 어디에 가셨어요? 얼굴빛이 아주 나쁜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러나 나는 아무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 눈에서는 걷잡을 수 없는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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