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賢眞기자」 70년대 「편지」 「작은새」 등을 불러 90년대 「서태지와 아이들」에 버금가는 인기를 누렸던 듀엣 어니언스. 해체 후 계속 가수활동을 펼쳤던 임창재씨와는 달리 잠적, 팬들의 궁금증을 자아낸 이수영씨(46).
그가 다시 옛물로 돌아온다. 무대 위의 가수가 아니라 무대 뒤의 FM방송국 경영진으로. 그의 현 직함은 건설 섬유부문 중견업체인 천지산업 상무이사. 연간 매출액이 5백억원인 건설사업부문을 맡고 있다.
그가 옛물로 돌아오는 것은 천지산업이 지난 11월 경기 남부지역 FM방송국 개국허가를 받아낸 덕택. 준비기획단 책임자로 내정된 그는 내년 6월 개국을 목표로 준비작업에 여념이 없다.
『회사의 기대와 저의 관심이 맞아 떨어졌어요. 가수시절 경험과 연예계인맥을 총동원해 어니언스시절의 인기를 FM방송의 인기로 이어가고 싶어요』
사업설명을 하는 그의 어디에서도 가수의 흔적을 발견할 수 없다. 가수의 길을 떠난지 이미 14년이 된다. 『옛 친구들을 만나면 「이젠 사업가 틀이 잡혔다」는 얘길 들어요. 그렇지만 가수라는 그림자를 벗어나기는 참 힘들었어요. 그 때문에 수많은 인터뷰 요청도 모두 거절했었죠』
그가 가수의 길을 포기한 때는 지난 82년. 71년 데뷔해 75년까지 화려한 전성기를 누리고 군 제대후 솔로로 「하얀면사포」 「숙녀」 등을 불러 히트한 직후였다.
『가수가 되려고 된 게 아니고 취미삼아노래를부르다 PD의 눈에 들어 가수가 됐었죠. 평생 가수할 생각이 없었고 집에서도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가길 바랐어요』
제2의 인생은 순탄하지 않았다. 수시로 「이 사람이 그 가수야」라는 한마디를 들어야 했고 술자리에선 억지노래를 불러야 했다. 무엇보다 자기를 주시하는 눈길이 제일 견디기 힘들었단다. 그 그림자를 벗어나는데만 6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직업인이 되면 될수록 어니언스시절이 자꾸 떠올랐다. 특히 눈이 많이 오는 날이면 기타를 메고 음악친구들과 걸어다녔던 종로거리가 그리웠다. 그 그리움이 FM방송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날지 벌써부터 그는 설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