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노사관계의 새로운 전환

  • 입력 1996년 12월 3일 19시 59분


오랜 진통 끝에 확정한 정부의 새 노동관계법안은 경제운용과 노사관계에 있어 새로운 틀을 요구하는 시대상황에 비추어 불가피한 선택이다.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흔연한 합의에 실패하고 정부의 노동법개편논의도 진통을 겪었던 그간의 경위를 생각할 때 정부의 새 노동관계법안은 한편 고심의 산물로 받아들여진다. 지금 우리는 국가적 전환기를 맞고 있다. 우리가 안고 있는 과제는 시대적 결단을 요구하는 것들이며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나라의 장래가 달라질 상황이기 때문이다. 첫째, 우리에게는 눈앞의 불황을 극복해야 할 절박한 과제가 있다. 지금 우리경제는 성장과 수출둔화속에 국제수지적자가 크게 불어나는 심각한 상황을 맞고 있다. 이같은 어려운 상황은 적어도 내년까지 지속되리라는 전망이며 그런 가운데 중장년의 중도퇴직이 늘고 대졸자의 취업이 어려운 고용불안을 겪고 있다. 둘째, 지금 우리경제가 맞고 있는 어려움의 근본원인은 우리 기업들이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세계무역기구(WTO)체제 아래 세계를 상대로 한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선 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 필수적이다. 고부가가치 고효율구조로 산업을 개편하려면 보다 많은 투자와 노사관계의 개선이 불가피하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계기로 환경 금융 무역제도 등에 걸쳐 국제사회의 최소기준을 충족시켜야 하는 부담도 있다. 이같은 난제들을 생각할 때 기업의 체질강화는 필수적이다. 정부의 새 노동법안이 정리해고제와 대체근로제 변형근로제를 도입하고 파업기간의 무임금원칙과 삼자개입의 한계를 설정한 것 등은 이같은 과제를 극복하기 위한 것이다. 아울러 고용제도의 변화와 노동시장의 유연화가 불가피해질 것에 탄력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으로 받아들여져야 한다. 정부의 새 노동법안은 근로자의 결사의 자유와 선택권보장이라는 노동법의 국제기준을 상당히 수용하고 있다. 비록 기업단위 복수노조결성을 5년간 유예했지만 상급단체에 복수노조를 허용하고 99년부터 교원단체의 결성과 제한적 교섭권을 인정했다. 본란은 교원 등의 경우 단결권은 허용하되 단체행동권은 유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7급이하 공무원의 단결권을 허용하지 않은 정부결정은 새 노사관계의 정착과 안정을 위해 사회적 마찰요인을 최소화하려는 배려로 이해된다. 새 노동법안에 대해 노동계가 불만을 표시하는 일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고용은 기업을 통하지 않고는 확보할 수 없는 것이다. 기업이 무너지면 고용도 무너진다. 노동계는 지금이 큰 전환기라는 인식 위에 우리경제의 현실과 국제환경을 직시하고 보다 긴 눈으로 노사관계를 보았으면 한다. 지난 7개월간 노동법 개정논의가 큰 진통을 겪었는데도 정작 여야 정당들이 노동법의 개정방향에 대해 명시적으로 의견을 표명한 적이 없었다는 것은 유감이다. 정치권은 당리당략이나 비판을 위한 비판을 지양하고 나라경제의 장래와 우리 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미래지향적 자세로 새 노동법안의 국회심의에 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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