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의 창/이스라엘]『휴대전화 없으면 못살아』

  • 입력 1996년 12월 6일 19시 57분


직장을 가진 이스라엘의 보통사람들은 펠레폰(휴대전화의 히브리어로 마술전화라는 뜻)과 더불어 하루를 시작하고 끝낸다. 출근하기 위해 차를 타면 우선 승용차 스위치에 펠레폰을 꽂은 다음에야 시동을 건다. 퇴근하고 가게에 가거나 자기 전에 산보를 할 때도 펠레폰을 들고 나가고 잠자리에 들 때에야 비로소 펠레폰을 끈다. 이스라엘에 사는 유태인이 4백62만명인데 펠레폰은 1백만대 이상 보급돼 있다. 노인과 어린이, 학생과 주부를 빼면 거의 모든 직장인이 펠레폰을 갖고 있는 셈이다. 없으면 비정상일 정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과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접촉할 수 있다는 점이 호기심 많은 이스라엘 사람들의 취향에 맞아서인지 다른 나라 사람들보다 심하게 휴대무선전화의 편리성에 중독돼 있다. 사무실과 길거리에서는 물론이고 은행 식당 화장실 심지어는 극장에서도 펠레폰이 울리면 여기저기서 자기 것을 쳐다본다. 중요한 상담도 펠레폰이 울리면 그 통화가 끝날 때까지 일시 중단된다. 게다가 이스라엘 사람들은 큰소리로 수다를 즐기기 때문에 통화를 할 때 시끄럽다. 두사람이 함께 길을 가다 둘다 걸려온 전화를 받고 서로 다른 쪽을 쳐다보면서 한손은 귀에 붙이고 다른 손으로는 큰 동작을 취하면서 고함을 치는 모습을 심심치않게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비행기나 식당에서 골초를 한 구석에 몰아넣듯 펠레폰 공해를 일으키는 사람을 분리시키자는 여론까지 일고 있다. 최근 텔아비브시청은 펠레폰에다 붉게 큰 ×자를 그려 놓은 스티커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스티커가 붙은 곳에서는 펠레폰을 사용할 수 없다는 경고이다. 시청측은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는 이 스티커를 붙여 놓고 펠레폰 공해를 줄이겠다고 하고 있으나 효과는 두고볼 일이다. 김 원 호<텔아비브 무역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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