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는 모든 국가정책과 경제성장의 최종 목표입니다.경제발전을 도모하고 국가 안보를 중요시하는 이유도 따지고 보면 국민 모두가 편안한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복지 그 자체가 이데올로기가 되거나 맹목적인 복지지상주의가 되어서도 안됩니다. 21세기 무한경쟁의 세계질서 속에서 살아남으려면 복지사회건설이 생산성 향상 및 국제경쟁력 강화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봅니다』 지난 5일 일본 오키나와(沖繩)에서 열린 동아시아 사회보장 장관회의에 참석하고 돌아온 孫鶴圭(손학규)보건복지부장관은 9일 과천 정부제2종합청사 복지부 장관실에서 가진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복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이렇게 정리했다.》
「金世媛기자」 오는 13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 손장관은 이번 국제회의를 통해 각국의 복지제도와 정책방향을 비교하고 복지에 대한 국제 사회의 인식변화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성격과 의의는 무엇이라고 생각합니까.
『이번 회의는 하시모토 류타로(橋本龍太郎)일본총리가 지난 6월 프랑스 리옹에서 열린 서방선진 7개국(G7)정상회담에서 제의해 성사됐으며 동아시아 12개국의 사회보장관련 장관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보건기구(WHO) 등 국제 기구대표 30여명이 참석했습니다. 특히 하시모토총리는 국회회기 중이었는데도 오키나와까지 와 하룻밤을 보낼 정도로 대단한 관심을 보였습니다. 이번 회의를 통해 일본이 국제사회에서 자국의 위상을 높이면서 제삼세계에 대한 영향력을 강화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로 보건복지를 선택했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 日서 12개국 장관 모여 ▼
손장관은 특히 냉전종식이후 국제 질서가 이데올로기 중심에서 국익중심의 세계무역기구(WTO)체제로 재편되면서 보건복지분야가 국제적 연대의 새로운 채널로 떠오르는 국제적 변화를 감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 복지예산 비율 낮은 수준 ▼
―그러나 우리의 보건복지부문에 대한 평가는 경제규모에 비해 상대적으로 낮은 점수를 받고 있습니다. 세계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총예산대비 사회복지예산의 비율이 6.01%로 스웨덴(55.9%)이나 독일(48.2%) 등 선진국은 말할 것도 없고 방글라데시(8.0%)나 스리랑카(14.9%)보다도 낮은 수준입니다. 우리의 복지수준을 어떻게 평가합니까.
『절대 빈곤의 해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 빈곤, 핵가족화, 노령화 등 사회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그동안 우리가 국가적 차원에서 사회복지나 사회보호에 충분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60년대 이후 줄곧 경제 성장의 과실이 자동적으로 모든 계층에 골고루 돌아간다고 믿어왔으니까요. 이 때문에 70년대 말까지 경제성장정책이 유일한 국가의 복지정책으로 여겨져왔고 「성장먼저, 분배 나중」이라는 원칙이 통용돼 왔습니다. 또 공동체의 범위가 가족 가문 마을에 한정돼왔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을 돕는 공식적으로 조직화된 사회적 노력」인 사회복지에 대한 인식이 쉽게 수용되지 못한 측면도 있습니다』
▼ 저소득층 의료지원 주력 ▼
―앞으로는 경제성장과 복지를 양립시킬 수 있겠습니까.
『경제성장과 복지는 제로섬의 관계가 아니고 공생관계입니다. 동유럽 소련 등 실패한 사회주의국가의 사례에서 보듯 국민경제가 복지를 감당할 능력이 없는데도 평등주의만 내세우면 생산성과 효율이 떨어져 궁극적으로는 경제와 복지의 지속적인 발전을 저해하게 됩니다. 양자를 조화시키는 능력과 지혜가 필요합니다』
―보건복지 행정은 국민의 생활과 직결된 업무입니다. 앞으로 어느 쪽에 정책의 역점을 둘 생각입니까.
『우리의 복지정책은 기본인권 및 사회정의의 문제로서 전국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목표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저는 이중에서도 특히 노인 장애인 등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과 양질의 의료서비스 제공에 주력할 생각입니다. 98년까지 저소득층에 대해서는 최저생계비 100%를 보장하고 98년 전국민 연금이 시행돼도 연금혜택을 받지 못하는 65세 이상 저소득 노인에게는 무갹출 연금(경로연금)을 지급할 계획입니다. 2020년에는 전인구의 12.5%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노인에 대한 복지정책도 건강관리 소득보장 여가활동 등 3가지 측면에서 구상하고 있습니다. 또 의료공학 의료기기산업 신약개발사업 등에도 많은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