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제도개선특위의 쟁점현안 일괄타결은 한마디로 대선을 겨냥한 여야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담합의 결과다. 핵심인 검경중립화도, 선거법개정도 여야가 온통 대선의 유불리(有不利)에 신경쓰느라 적당히 야합(野合)으로 얼버무렸다. 여론의 눈총도 있고 하니 적당한 선의 합의로 일단 흥정을 끝내고 골치아픈 것들은 모두 뒤로 미뤄버린 것이다. 과연 누구를 위한 제도개선 작업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선 검경중립화 문제만 해도 그렇다. 애초 제도개선특위는 4.11총선의 반성에서 출발한 만큼 편파수사시비를 몰아온 검경중립화가 핵심쟁점이었다. 그런데도 4개월만에 내놓은 합의라고는 검경총수들의 퇴임 후 2년간 당적보유금지나 검사의 청와대 파견금지 정도이고 검찰위원회나 자치경찰제도입 등 핵심은 모두 장기과제로 미뤄버렸다. 검찰중립화 규정의 명문화도 선언적 의미에 불과하다. 당초 강도높던 야당의 기세에 비하면 실속없는 타협이다.
대선 후보들의 TV토론 합의는 우리도 이제 안방에서 손쉽게 후보자를 검증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강제조항」 「임의사항」으로 엇갈린 끝에 「선관위 규칙에 따른다」는 중간선의 어정쩡한 절충으로 선관위에 책임을 떠넘겨 버렸다. 유급선거운동원과 선전인쇄물량의 2배 증가 합의로 돈 많이 드는 선거는 불가피해졌고 「말은 풀고 돈은 묶는다」던 현행 선거법은 「말도 풀고 돈도 푸는」 선거법으로 바뀌게 되었다.
무엇보다 후보자의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의 연좌제폐지는 개혁의지의 엄청난 후퇴이자 개악(改惡)이 아닐 수 없다. 여야 정치권이 기득권수호를 위해 스스로 핵심적인 부정선거방지 장치 하나를 제거했다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다.
유권자 매수행위는 대개 선거사무장이나 회계책임자 등 측근에 의해 저질러지는데도 이를 외면한다면 제삼자에 의한 불법 탈법선거의 길을 다시 터놓는 셈이다. 거기에다 이 조항에 걸려 이미 기소중인 선거사무장과 회계책임자들까지 새 법이 발효되면 연좌제가 풀려 당선무효 가능성이 있던 현역의원들도 면책혜택을 받게 된다니 아연해질 따름이다.
아무리 대선이 중요하고 기득권수호에 눈이 멀었다 해도 여야 정치권이 이럴 수는 없다. 국민적 관점과 기대와는 너무나 동떨어지는 개악부분은 여야가 일단 합의를 했다 해도 재검토를 해야 마땅하다. 그대로 국회통과는 안된다.
핵심쟁점을 뒤로 미룬 검경중립화협상 또한 결코 중단할 수 없는 과제다. 여야간 성실한 논의로 실제 검경의 중립성이 확보될 수 있는 접점을 찾아내야 한다. 민주주의는 법치국가이고 수사 및 소추권(訴追權)의 공정한 행사야말로 법치국가의 기본요건이라는 점에서도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