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부 주부들]패션페인팅 강사 서효림씨

  • 입력 1996년 12월 16일 19시 56분


「高美錫기자」 신세대 주부 서효림씨(29·서울신림동)는 남편에게 절대 바가지 안긁는 「천사표 주부」로 소문났다. 방송국 프로듀서로 일하다 올해초 독립프로덕션을 설립한 남편이 새벽퇴근하는 것은 보통이고 밤샘작업으로 귀가하지 않는 날도 많지만 얼굴 한번 찡그리지 않는다. 비결은 무엇일까. 『결혼후 남편과 한번도 피서를 간 적이 없어요. 불만이 많았지만 잔소리해봤자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대신 내 일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에 지난해 패션페인팅을 배우기시작했죠. 살림살이에다 세살배기 딸 보경이를 돌보는 틈틈이 패션페인팅 강좌도 듣고 집에서 실습도 하니까 흥미가 생겨 시간가는 줄 모르겠더군요. 하고 싶은 일이 생기니 남편에게 같이 놀자고 투정할 새도 없더라구요』 패션페인팅이란 특수물감을 이용해 옷을 비롯한 직물 인테리어용품 목재 유리 도자기 금속제품 등 어떤 소재에도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할 수 있는 페인팅 기법. 미국에서 시작돼 세계적으로 70여개국에 보급돼 있다. 국내에도 패션페인팅협회를 통해 1백40여명 강사가 배출됐는데 9개월 강습을 받은 끝에 그도 당당히 자격증을 따서 강사로 활동중이다. 『볼펜처럼 생긴 물감을 가지고 어디에나 그림을 그릴 수 있어서 하면할수록 재미있습니다. 배우기 쉬운데다 세탁이나 드라이크리닝을 해도 탈색이나 번짐이 없어 주부들이 집에서 취미삼아 하면 좋아요』 집안 곳곳에는 벽걸이 신발 양초 테이블보 등 그가 만든 패션페인팅소품들이 가득하다. 작은 가방이나 비누, 티셔츠 등에도 간단히 그림을 그려 외출할 동안 보경이를 돌봐주는 손위 시누이 등 고마운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도 작은 기쁨이다. 지난 여름에는 커다란 꽃을 패션페인팅으로 그린 하얀 원피스를 입고 외출했다가 『너무 멋있다』며 부러워하는 사람들이 많아 아예 주문을 받고 「작품」을 만들어 짭짤한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손끝도 매운데다 부지런한 그는 패션페인팅에 그치지 않고 곧바로 메이크업을 배웠다. 일단 익혀놓으면 자기를 가꾸는 것은 물론 시간날 때마다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다. 패션페인팅으로 실력을 다진 탓인지 솜씨를 인정받은 그는 주말이면 이대앞에 있는 메이크업 스튜디오에 나가서 아르바이트로 일을 하기도 한다. 『집안일이라는 게 아무리 해도 태도 안나고 성취감도 적어 답답해하는 주부들을 많이 봐요. 쇼핑이나 외식에 휩쓸리기보다 무엇이든 자신과 가정에 도움이 되는 일을 배워두면 나중에 쓰일 데가 많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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