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학원을 마치고 부산 사상구 주례 럭키아파트앞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은 자정이 가까워 인적이 드물고 날씨는 매섭게 추워 뺨이 시렸다. 한참동안 서 있었는데 30대 초반쯤 돼보이는 남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더니 땅바닥에 쓰러졌다. 일어서려고 몇번 애를 써보더니 기력이 없는듯 쓰러진채 신음소리만 내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알코올 기운까지 있으니 그대로 두면 동사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옆에 서있던 한 남자가 그의 소지품을 뒤져보았으나연락처를 알 길이없었다.
나는 근처 공중전화를 찾았다. 파출소에 연락해 상황을 말했더니 자기구역이 아니라며 단호하게 끊어버렸다. 급히 다른 파출소에 다시 전화했더니 알았다면서도 귀찮다는 듯 짜증섞인 목소리로 그런 사람이 한둘이 아니라며 전화를 끊었다.
그뒤 30분 넘게 추위에 떨며 파출소에서 경찰관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차로 5분도 안 걸릴 거리인데도 좀처럼 나타나질 않았다.
시간이 계속 흐르자 함께 있던 남자분이 아마 오지 않을거라며 추우니 나보고 먼저 가라고 하고는 자기도 조금만 더 기다려 보고 가야겠다고 했다.
막차를 타고 집에 오느라 그 뒷소식은 알 수도 없었지만 파출소에 물어보기도 두려웠다. 정의의 실현, 봉사 정신으로 일하는 시민의 지팡이가 왜 즉시 나타나지 않았을까 궁금하다.
김 현 미(부산 사상구 덕포2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