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을 앞두고 페루의 좌익 게릴라 「투팍 아마루 혁명운동(MRTA)」이 벌인 인질극은 세계 평화와 인류의 행복을 위협하는 반(反)인류적 범죄다. 국제사회의 규탄을 받아 마땅하다.
MRTA는 「센테로 루미노소(빛나는 길)」와 함께 페루의 2대 좌익 무장 게릴라조직의 하나다. 「센테로 루미노소」가 毛澤東(모택동)주의를 추종하는 산악 내지 농촌 게릴라라면 MRTA는 카스트로의 영향을 받은 도시 게릴라다. 84년부터 본격적인 활동을 했으나 90년대 들어 알베르토 후지모리 대통령의 테러추방 및 빈곤극복정책이 실효를 거두면서 그 세력이 크게 위축됐었다. 특히 지도자인 빅토르 폴라이가 체포돼 종신형을 선고받아 투옥된 후 쇠퇴일로였다.
MRTA의 이번 인질극은 사회불안을 조성해 후지모리 대통령에게 타격을 주고 투옥된 폴라이를 비롯한 동료들을 구출해 조직을 재건해 보려는 몸부림이라고 볼 수 있다. 범인들이 일본의 페루지원 중지 및 폴라이 등의 석방 그리고 안전한 퇴로의 보장 등을 요구한 점에서도 그것은 분명히 드러났다.
이러한 요구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그 요구를 수용할 경우 나쁜 전례(前例)를 남겨 비슷한 인질극의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특공대를 투입해 실력으로 범인들을 제압하는 것은 인질의 인명피해를 고려, 극력 피해야 할 것이다.
현시점에서 시급한 문제는 페루주재 일본대사관저에 붙잡혀 있는 李元永(이원영) 한국대사 등 20여명의 외교관을 비롯한 4백여명의 인질을 희생없이 구출해 내는 일이다. 희생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되 범인들에게 인질극을 통해서는 절대로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음을 설득하고 투항케 해야 한다.
그러나 범인들이 치밀한 계획하에 목숨을 걸고 벌인 인질극인 만큼 그런 설득이 결코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도 국제적십자 관계자가 중재에 나섰고 후지모리 대통령의 페루정부가 협상에 나선 만큼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
직접 피해당사자인 일본과 미국 등 국제사회가 인질사건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나선 것은 당연하다. 또 이번 인질극은 여러 국가의 외교관들이 관련된 것인 만큼 유엔이 국제적인 공조체제 구축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유엔은 인질극을 포함한 테러를 야만적인 행위로 규정하고 그 예방 및 퇴치에 최선을 다할 것을 선언하고 있다.
정부는 이대사를 비롯한 모든 인질들의 안전 구출을 위해 최선을 다하기 바란다. 이번 인질극이 강건너 불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불상사가 절대로 일어나지 않도록 만반의 태세를 갖추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