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고의성 교통위반]처벌 관대 죄의식 못느껴

  • 입력 1996년 12월 19일 20시 43분


「특별취재팀〓朴重炫기자」 『김대리님 괜찮으시겠어요. 단속이 심할텐데요』 『술먹고 운전하는게 하루이틀인가. 자네 걱정이나 하라구』 서울 종로의 무역회사에 다니는 32세의 회사원 김대리. 연일 이런 저런 송년모임이 이어지는 12월이면 일주일에 두세번씩 음주운전을 한다. 맥주 2∼3병, 소주 1병정도로는 얼굴색도 변하지 않고 2년째 차를 몰고 출퇴근해온 길은 경찰이 어디쯤에서 음주단속을 벌이는 지도 훤히 꿰고 있다. 자정이 지난 시간에 자신의 벽돌색 엘란트라 승용차를 몰고 성산동쪽으로 달리다 자유로로 빠져들면 액셀러레이터를 시원스레 밟아본다. 속도계의 바늘이 제한속도인 시속 80㎞를 훌쩍 넘어 1백20㎞주위에서 흔들린다. 종로에서 떠난지 40분이 채 안돼 자신이 사는 아파트에 도착해 초인종을 누른다. 졸린 눈으로 문을 연 아내는 『아휴 술냄새』라며 손을 내젓는다. 『술은 무슨 술. 그냥 가볍게 한잔했지』라고 대답한 김대리는 발을 씻는 둥 마는 둥하고 침대에 오른다. 「음주운전」과 「과속」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고도 죄책감을 거의 느끼지 않는 김대리. 교통전문가들은 평범한 회사원 김대리를 「미래의 살인자」라고 부른다. 교통위반은 행정단속상의 법규를 위반한 「행정범죄」의 전형적인 예로 꼽힌다. 하지만 교통문제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음주운전 과속 중앙선침범의 세가지 사안을 위반하는 사람은 행정범이 아니고 살인이나 폭행과 같은 「자연범」의 범주에 속한다고 주장한다. 녹색교통운동 林三鎭(임삼진)사무처장은 『자유의지를 갖고 타인의 생명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행위를 한다는 점에서 이들 세가지 위반사항은 다른 단순 법규위반과는 성격이 명백히 다르다』고 말한다. 임처장은 『최근 프랑스에서는 음주 과속 중앙선침범 등 고의성이 인정되는 사안으로 두번 단속되면 곧장 운전면허를 취소하고 3년간 면허취득을 허가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교통위반자에 대해 관대한 우리 사회는 「고의성이 짙은」 교통사고를 낸 사람들마저도 「범법자」라고 부르는데 인색하다. 이 때문에 음주운전 과속 등을 한 사람도 공공연히 위반경험을 무용담처럼 얘기한다. 이같은 사실이 직장에 알려져도 사회생활에 거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이같은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이들 「3대 사안」의 교통사고피해는 날로 커지고 있다. 경찰청 집계에 따르면 음주 과속 중앙선침범에 의한 사고로 사망한 사람이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중에서 차지하는 구성비가 91년 이후 매년 증가하고 있다. 음주사고로 인한 사망자는 91년 전체 사망자 중에서 2.2%, 93년 4.4%만을 차지했던 것이 95년에는 전체의 5.6%로 증가했다. 중앙선침범에 의한 사망자의 비율도 91년 12.0%, 93년 14.5%였다가 95년에는 16.5%로 늘어났다. 경찰청의 한 교통관계자는 음주측정기 스피드미터 등 단속장비와 인력부족, 중앙분리대 등 시설의 미비 등의 이유를 들어 이같은 추세를 설명한다. 그는 『음주운전이나 과속 중앙선침범 등으로 사고를 낸 사람들도 「고의성은 없었다」 「성실한 가장이자 직장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다」는 이유로 풀려나는데 누가 이것을 심각한 범죄로 여기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런 「고의성이 높은」 교통법규 상습위반자들의 특징은 대부분 「나는 위반해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는 환상을 갖고 있다. 다른 사람이 음주운전이나 과속을 하면 위험하지만 자기가 할 때는 스스로에게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는다. 충북대 심리학과 李淳哲(이순철·교통심리학)교수는 음주운전이나 과속 등 위반을 하고도 적발되지 않는 경험이 늘어날수록 운전자들의 머릿속에서는 「그릇된 학습효과」가 발생한다고 설명한다. 위반을 해도 별 위험성이 없었고 앞으로도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고 이해하게 된다는 것. 이교수는 『이같은 사고방식을 바꿔주기 위해서는 교통위반은 어떻게든 적발된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주어야 한다』고 말한다. 운전자들이 「목적지까지 가장 빨리 편안하게 가고자 하는 욕구」를 바꿔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위협하지 않으면서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고자하는 욕구」로 운전하기 전까지는 단속과 제재외에 해결책이 없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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