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인성교육현장]외국인이 본 한국어린이들

  • 입력 1997년 1월 12일 19시 44분


나는 스물여덟살로 미국 조지아대에서 사회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은 뒤 한국에 와 서울 서초구 양재동 미국식 유치원인 키드칼리지에서 1년째 유아들을 가르치고 있다. 한국에 처음 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들었던 것은 한국사람들의 무뚝뚝함이었다. 거리를 지날때 노골적으로 이상하다는 시선으로 빤히 쳐다보기, 어깨를 부딪혀도 흘긋 쳐다보고는 그냥 지나가기,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양보를 해도 당연하다는 듯 올라타기 등…. 한국에 오기전 친구들로부터 『한국사람들은 무뚝뚝하고 직선적이지만 마음은 따뜻하다』는 말을 들었지만 직접 겪어보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놀라운 것은 아이들도 어른들과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플리즈(Please)』『생큐(Thank you)』 『익스큐즈 미(Excuse me)』 등 미국에서 아이들로부터 하루에도 수십번씩 듣던 말을 한국 아이들에게서는 좀처럼 들을 기회가 없었다. 처음엔 나는 외국인이고 어린이는 영어가 서툴러서 그럴 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어른에게 뿐만 아니라 친구들 사이에도 인사말을 생략하는 경우가 많다. 『안녕』 『고마워』하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지 않는것 같다. 싸움을 한 경우도 친구에게 『미안해』라고 말하는 것이 쑥스러운 모양이다. 또 크리스마스나 명절 때 교사에게는 곧잘 카드를 보내지만 자기들끼리 카드를 주고 받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 같다. 미국의 경우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카드를 주고 받는다. 아마도 어려서부터 경쟁을 강조한 탓이 아닌가 싶다. 남의 물건을 허락도 받지않고 무심코 가져다 쓰는 것을 보고는 이상하게 생각했다. 미국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공동으로 가지고 노는 장난감도 누군가가 먼저 놀고 있으면 『내가 좀 가지고 놀아도 되겠니』하고 꼭 양해를 구한다. 수업시간에 인사예절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더니 효과가 있어 지금은 많이 나아졌다. 그러나 한국 아이들에게서 배울 점도 많다. 그중 하나가 감정을 절제할 줄 안다는 것이다. 미국 아이들은 예기치 못한 일을 당했을 때 곧잘 소리지르고 발을 버둥거리며 울지만 한국애들은 의젓하게 참고 넘기는 것을 많이 보았다. 앨런 호그<유치원 영어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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