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順德 기자」 미국 대통령 부인 힐러리 여사, 미국 최초의 여성 국무장관 내정자 올브라이트, 우리나라 첫 여성대사 이인호씨 등을 배출한 미국 명문 웰슬리대의 다이애나 챔프먼 월시 총장(53)이 13일 이화여대와 학술교류 협정을 맺기 위해 우리나라를 찾았다.
▼ 이대와 학술교류 협정 ▼
14일 기자와 만난 월시 총장은 『21세기는 지구촌의 세기로서 여성이 세계를 하나로 묶는 역할을 해야 하는 시대』라며 『가까운 미래에 웰슬리대 출신가운데 미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이 나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웰슬리대는 2천여명의 학생, 4년제 학부과정만을 둔 「작은 대학」인데 반해 수많은 여성 리더를 길러낸 곳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대학은 「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여성을 위해 우수한 인문교육을 제공하는 것」을 목적으로 삼고 있습니다. 그 결과 이화여대가 대통령부인을 배출한 것처럼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퍼스트레이디를 낳았고 경제분야에서도 지난해 10월 뉴욕 타임스지가 「비즈니스에서 성공하려면 웰슬리로 가라」고 썼을 정도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5백대 기업의 여성중역을 조사한 결과 웰슬리 출신이 17명으로 가장 많았고 하버드와 미시간, 펜실베이니아대가 우리보다 뒤진 것으로 나타났으니까요』
월시총장은 지난해 6월 유에스 월드 앤드 리포트지가 미국내 1백60개 인문대중 네번째로 우수한 대학으로 웰슬리를 선정했다고 소개하면서 『통계로 잡히지는 않지만 우리대학 출신은 엄마와 아내로서도 성공적이어서 가정과 직업 양쪽에서 균형있는 삶을 즐기고 있다』는 것을 자랑스럽게 들려주었다.
▼ 한국 유학생 35명 공부 ▼
매사추세츠주 보스턴 근교 웰슬리지역에 자리잡고 있는 웰슬리대는 1870년 헨리와 폴린 듀란트에 의해 설립됐다. 전세계 68개국에서 온 2천3백명의 재학생, 3백13명의 교수진이 있는 이 대학은 3만여 졸업생들이 세계 곳곳에서 여성리더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는 것으로 이름나 있다. 미국의 앵커우먼 바버라 월터스, 대만 장개석전총통부인 송미령여사가 이곳 출신이며 우리나라에서도 정형민서울대미대교수 등 35명의 졸업생이 「서울 웰슬리클럽」을 구성하고 있다. 재학생은 외국학생으로서는 가장 많은 35명에 이른다.
―대학 규모는 작은데 비해 웰슬리대가 그처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이유는 어디에 있습니까.
『첫째, 교육의 질이 높습니다. 공부를 굉장히시키는 거죠. 둘째는 배운만큼 사회에 베풀어야 한다는 사명감을 심어줍니다. 셋째, 웰슬리는 「여성도 기회만 있다면 하고 싶은 것을 다 할 수 있으며 또 해야 한다」는 사회운동의 한부분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대학의 역사는 남성사회에서 살아남으려는 여성들의 투쟁사라고 할 수 있을 정도지요. 이밖에 사회 각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졸업생들 사이의 막강한 네트워크도 웰슬리 출신의 성공에 한몫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웰슬리 출신인 힐러리여사가 「백악관의 유일한 남자」이며 「지나치게 설친다」는 비판을 사고 있는 것도 사실인데요….
『아픈 얘기군요(웃음). 미국도 여성에 대해서는 「이중의 속박」을 합니다. 여자가 너무 강하면 강하다고, 약하면 또 약하다고 비난하는 거죠. 힐러리여사는 이같은 편견에 대항하는 「20세기말 또하나의 여성운동의 상징」이라고 생각합니다』
▼ 「새 시대 리더」 여성 적합 ▼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라고 합니다. 21세기에 여성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기대하십니까.
『창의성 개별성 섬세함이 중시될 21세기는 여성의 세기라는데 동의합니다. 또 세계가 하나되는 지구촌(월드 커뮤니티)의 세기이기도 하지요. 힐러리여사는 「여성이 배타적 선(線)이 아닌 화합의 원(圓)을 그리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여성은 모성적 본능과 특유의 감수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리더로 나설 때 인간 내부의 가치를 계발하고 발휘토록 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까운 미래에 미국에 여성대통령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그렇습니다. 바버라 부시여사가 퍼스트레이디였던 시절 우리대학 졸업식에서 「이 졸업생들 가운데 여성대통령이 나와 남성배우자의 외조를 받기 바란다」고 연설한 적이 있습니다. 웰슬리 출신 여성대통령의 탄생은 가까운 미래에서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시간 문제」가 될 것입니다』
지난 93년 8월 웰슬리대 12대 총장에 취임한 그는 필라델피아 출신으로 1966년 이 대학을 졸업했다. 보스턴대에서 저널리즘 석사와 공중보건학 박사학위를 받고 하버드대 보스턴대에서 교수로 활동해왔으며 남편 크리스토퍼 월시박사와의 사이에 하버드의대에 재학중인 딸을 두고 있다.
월시총장은 『웰슬리는 4년제 학부과정으로서 최고의 교육을 하고 있으며 대학원 과정은 다른 기관에서 잘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대학에 석박사과정을 둘 계획은 전혀 없다』는 말로 「작은 대학」으로서의 자부심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