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울고넘는 박달재」

  • 입력 1997년 1월 16일 20시 25분


「金順德기자」 참 기구한 운명이다. 인생의 고비고비마다 『어쩌면 저럴 수가 있을까』 싶을 만큼 최악의 일만 닥친다. 여기에 애잔한 곡조의 흘러간 노래는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악극 「울고 넘는 박달재」가 공연되고 있는 서울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 연극공연장을 좀처럼 찾지않던 중년이상의 관객들이 때로는 눈물로, 때로는 박수로 배우들과 한마당을 이뤄내는 현장이다. 이 작품은 SBS와 극단 가교가 중노년 세대를 겨냥해 제작한 연극이다. 김상렬씨가 극본과 연출을 맡았고 중년이상이라면 누구나 알만한 「애수의 소야곡」 등 옛 가요 19곡이 적절히 삽입됐다. 배경은 「아름답고 순박한 땅 박달재」다. 가난때문에 종으로 팔려가는 금봉(권소정 분)과 만석꾼집 도련님(양재성)이 박달고개에서 「운명적으로」 만난다. 「천둥산 박달재를 울고 넘는 우리 님아…」하고 울려퍼지는 구성진 주제가가 슬픈 결말을 예고한다. 관객의 예상대로 두사람은 집안의 반대에 부닥치고 도련님은 아편중독자로, 금봉은 아들을 뺏긴 채 술집여자로 전락한다. 2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옛사랑 도련님을 죽인 죄로 금봉은 검사가 된 아들 앞에 선다. 『저는 이제 법복을 벗고 보잘것 없는 인간으로 돌아가 내 어머니를 「어머니」라고 불러보고 싶습니다. 어머니!』 검사역의 태민영씨가 「어머니」를 외치자 훌쩍거리는 소리가 가득하던 객석에서는 박수가 터져나왔다. 금봉이 『아닙니다. 저는 검사님을 모릅니다』고 외면하는 장면에서는 안경을 벗고 눈물을 닦아내는 할아버지도 있다. 막이 내린 후 출연자들과 객석은 「울고 넘는 박달재」노래를 부르며 하나가 됐다. 무대세트는 대부분 「그림」으로 안이하게 채워지고 『부모말 안듣고 장가 안가겠다는 것도 「칠거지악」이야』와 같은 터무니없는 대사도 등장하지만 자식들로부터 「효도 티켓」을 선물받아 공연장을 찾은 관객들은 『우리들의 이야기여서 좋다』며 박수를 보냈다. 23일까지 오후4시와 7시반 개막. ☏02―369―1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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