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모두 한발짝씩 물러서라

  • 입력 1997년 1월 16일 20시 25분


사회적 위기는 계속되고 있다. 일단 파업은 한 고비를 넘겼다고 하나 장기화조짐이고 여기에 두 야당이 파업지지를 공식선언하고 나서 상황은 매우 어려워졌다. 집권당대표의 기자회견도 획기적인 수습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힘과 힘이 맞겨루는 대결구도는 그대로이다. 이렇게 서로 제갈길만 고집한다면 국가장래는 참으로 암담하다. 대결과 힘싸움으로 몰아갈 때가 아니다. 워낙 사태가 복합적이라 당장 묘안이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럴수록 방법은 하나뿐이다. 대화와 타협이라는 민주주의 본래의 문제해결 원칙이다. 그동안 본란은 정치권이 국회에서 대화로 풀 것을 촉구했다. 복수노조인정과 야당의 대안제시도 권고했다. 사태가 심각한 만큼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하며 국민적 통합을 위해서는 화합과 관용이 필요함도 강조해왔다. 난국을 풀 길은 결국 대화와 타협밖에는 없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국가적 혼란은 정부든 여당이든 야당이든 노조든 어느 한쪽이 백기(白旗)를 드는 형식으로는 진정한 수습이 안된다. 무릎꿇는 쪽의 굴욕과 반감은 또다른 갈등을 키울 뿐이다. 모두가 이기는 길, 다함께 사는 길을 찾아야 한다. 그러려면 모두 한발짝씩 뒤로 물러나야 한다. 서로를 이해하고 양보할 것은 하면서 대화와 합의로 대타협을 이뤄내야 한다. 집권당대표의 기자회견만 해도 그렇다. 날치기를 사과하고 영수회담 가능성을 비친 것은 조건을 달기는 했어도 일단 유화노선으로 크게 물러선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크게 미흡하다. 국민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어렵다. 특히 노동계와 야권이 얼마나 받아들일지 의문이다. 가령 노동법 재개정은 있을 수 없다고 못박았으나 여권은 여기서도 한 걸음 물러나야 한다. 노동법에 문제가 있다면 고칠수도 있음을 밝혀야 야당이 국회에 들어갈 수 있지 않겠는가. 야당은 대화제의는 환영하면서도 무조건 영수회담이 안되면 장외투쟁밖에 없다는 강경자세다. 그러나 야당이 진심으로 대화를 통해 문제를 풀 생각이라면 형식에 구애됨 없이 대화부터 임하는 자세를 보여야 옳다. 노동계 또한 이제 엄청난 국가적 손실을 몰아오는 파업은 자제해야 한다. 그만하면 자신들의 입장은 충분히 알렸다. 특히 자동차와 중공업쪽 파업이 장기화하면 기업은 회생불능이다. 그 때의 피해자는 기업뿐이겠는가. 공권력도 마찬가지다. 이 마당에 무리한 강공책으로 노동계를 자극하는 것은 사태해결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 나라의 앞날도 생각을 해야 한다. 잠시 지는 것이 길게 보면 이기는 것일 수도 있다. 누구도 정략적인 접근은 금물이다. 어느 쪽도 지나치면 파국이 온다. 강경이 득세해서 잘 된 때가 없다. 강경은 뒤로 물러나고 온건 합리가 앞으로 나서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타협은 굴복이 아니라 명예로운 것임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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