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며 생각하며]대학에 대한 투자

  • 입력 1997년 1월 16일 20시 33분


▼등록금 인상 제한 유감▼ 대학의 등록금을 5%이내로 인상하기로 주요 국립대 총장들이 합의를 했고, 사립대들도 여기에 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합의는 국민과 여론으로부터 박수를 받고 있다. 그러나 국내외로 경쟁을 해야 하는 대학측은 재정수요가 확대되어 등록금 인상요인이 심각하게 누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큰 폭의 인상을 자제하게 된 이유는 정부의 따가운 질타도 있었고 노동법문제로 정치 경제가 어려운 고비를 맞고 있는 시점에 연초부터 등록금을 인상함으로써 국민을 불안케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에서 고육책으로 택하게 된 것이다. 경제가 성장하되 물가가 안정되어 있어야 국민이 잘살 수 있다. 정부가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우선정책을 두는 것도 여기에 연유한다. 그러나 대학의 등록금, 목욕비 이발료 음식값 인상억제가 서비스 질의 저하로, 아니면 임금의 인상 억제가 과소비 억제 효과를 낳는 것과 같은 차원에서 논의하는 것은 잘못이다. 대학의 등록금은 소비성 재원이 아니고 투자성 재원이다. 대학 재정수요의 대부분은 등록금으로 충당되는 만큼 대학재원이 축소되면 대학의 기본 투자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대학의 기본업무는 교육과 연구에 있다. 즉 등록금인상의 제한은 교육과 연구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외국어 교육과 기술교육에 투자될 재원도 등록금이다. 교육비의 축소는 학생에게 부실한 교육을 시켜 사회로 배출하는 꼴이 된다. 부실한 인재 때문에 기술개발을 제대로 할 수가 없고 어둔한 외국어 때문에 바이어를 놓치게 되면 수출의 부진으로, 경제성장의 둔화로 이어진다. 정부는 대학의 연구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세계은행(IBRD)차관을 알선해 주기까지 했다. 정부는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기업에 대해서는 매출액의 일정비율을 연구개발비에 투자할 경우 세제혜택도 주고 융자도 해준다. 대학의 연구기능은 바로 기업의 기술개발과 직결된다. 지금도 엄청난 연구비가 기업에서 대학으로 유입되고 있다. 등록금의 제한은 연구비 투자에 제한을 가할 수밖에 없고, 연구의 제한은 기술개발의 둔화를 의미한다. 등록금인상의 억제는 바로 기업이 연구개발비와 시설비투자를 축소하는 것과 같은 결과를 낳는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우리나라는 세계의 선진국과 경쟁을 해야 하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선진국수준의 기술이 나와야 하고 그 기술의 창출을 대학에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가 어려운 것도 따지고 보면 세계시장에서 후진국의 저임금에 밀리고 선진국의 고급기술에 밀려서 샌드위치가 된 구조적인 현상이다. 이제는 기업의 연구개발비와 마찬가지로 대학에도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기술창출을 위한 적극적인 투자가 장려돼야 한다. ▼연구지원 代案 있어야▼ 세계 우수대학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는 미국의 대학등록금은 세계 최고의 수준이고 학부모가 부담할 수 있는 한계까지 거둬들이고 있다. 미국의 경제성장률은 2%에 불과하지만, 대학에 대한 투자는 10%이상 증가하고 있다. 미국산업의 기술개발 원동력은 대학투자에 있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의 대학은 그 성과에 비해 재정을 방만하게 운영하고 있다는 점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 교육과 연구부문의 투자 비율을 높여가야 할 책임 또한 대학에 있다. 박 찬 석<경북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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