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63〉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내 분부를 받고 하인이 내어온 향료와 향수는 무려 오십 디나르나 값이 나가는 물건이었습니다. 그것이 그렇게 비싼 물건이긴 했지만 시간은 자꾸 다가오고 마음은 더욱 초조해졌으므로 나는 말했습니다.
「모두 다 당신한테 줄테니 모하메드의 목숨을 두고 빨리 머리를 깎아줘!」
그러나 이발사는 말했습니다.
「속에 든 것을 보기 전에는 안될 말입니다」
그래서 나는 하인을 시켜 상자를 열어보이게 하였습니다. 그러자 이발사는 머리를 깎을 생각은 하지 않고 바닥에 주저앉더니 향료와 노회와 향수 따위를 일일이 조사하기 시작했습니다. 정말이지 나는 미쳐버릴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나는 거의 제정신이 아닌 사람의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그것으로도 내 머리를 깎아주기에는 부족한가?」
그제서야 이발사는 씽긋 웃으며 일어나더니 면도칼을 손에 들고는 내 곁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리고는 아주 조금 머리를 밀어내고는 이런 노래를 불렀습니다.
나무가 뿌리에서 돋아나듯이
아들은 어버이를 닮는 법.
당신의 인자한 마음씨는 우연이 아닙니다.
이렇게 노래하고난 이발사는 계속해서 말했습니다.
「여보세요, 나리님. 나는 당신께 감사해야 할지 아니면 나리의 선친께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오늘 연회는 모두 당신의 인자한 마음씨 덕분에 이루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사실 내 친구 중에는 당신의 이 값비싼 선물을 받을 만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습니다. 그러나 그중에는 그래도 좀 변변한 패들도 끼여 있답니다. 목욕탕 주인 잔투드, 곡물장수 사리아, 콩장수 시라트, 채소장수 아크라쟈, 청소부 후마트, 낙타몰이꾼 사이드, 문지기 스와이드, 목욕탕 때밀이 마카리슈, 파수꾼 카시치, 마구간지기 카림 등입니다. 이 패들 중에는 술버릇이 나쁜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쓸데없이 남의 일에 참견하는 사람도 없고 구두쇠도 없습니다. 그들 모두는 춤추는 것을 좋아하고 노래들을 잘 합니다. 보세요, 저의 가장 친한 친구 목욕탕 집 잔투드는 이렇게 춤을 춘답니다. 엉덩이를 이렇게 흔들고 두 팔을 이렇게 내저으며 말입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노래를 부른답니다.
그 여자 넓적다리는 어린 양가죽처럼 부드럽네.
오! 부드러운 그곳,
언제나 나는 다시 그것을 어루만질까?
그런가 하면 곡물장수 사리아 녀석은 또 어떤지 아세요? 그녀석은 이런 노래를 부른답니다.
내 마누라는 구두쇠,
나는 굶어죽어가네.
내 마누라는 못생겼네,
그녀는 언제나 나를 집 안에 가두어놓네」』
<글 : 하 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