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한테는 기막히게 좋다고 친구가 미국에서 사다 준 약인데 정말 효과가 있는 겁니까. 그곳에서는 난리라는데…』
요즘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DHEA란 이름의 이 약은 일종의 남성호르몬으로 미국에서는 건강식품으로 분류되어 의사의 처방없이 살 수 있다.
남성호르몬은 고환에서 만들어져 분비되며 남성의 성적 특징을 나타내도록 한다. 남성호르몬의 양은 40세를 넘기면서 감소하기 시작해 70세가 되면 젊은 시절의 70%정도에 이른다. 이에 따라 남성적 특징들이 많이 쇠퇴하게 된다.
나이를 먹으면서 줄어든 남성호르몬을 약으로 보충해서 노화를 막고 남성적 특징도 되찾을 수 있다면 귀가 솔깃하지 않을 남자가 없을 것이다. DHEA는 바로 그런 약이다.
의학자들은 노화에 대한 남성호르몬 투여효과를 연구하고 있고 그 초기 연구결과는 희망적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아무 거리낌없이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한 것이라고 충분히 증명되어 있지 않다. 부작용인 심혈관계질환이나 전립선질환에 대해서도 폭넓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남성호르몬에 주목하는 것은 노화를 방지하는 효과보다도 남성 성기능회복에 대한 당장의 기대 때문일 것이다. 확실히 남성호르몬은 남성에게 있어서 성욕의 불을 지펴주는 불쏘시개역할을 한다. 그러나 남성의 발기현상 자체에 남성호르몬이 주도적으로 관여한다는 증거는 아직 없다. 이런저런 이유로 남성호르몬이 낮은 사람은 성욕이 떨어져 있고 성적 행동도 시들해져 있는 것이 보이기는 하나 발기자체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옛날 궁중의 내시들, 그 중에서도 특히 사춘기 이후에 거세된 내시의 경우는 성행위가 가능했었다. 고려 충렬왕때 내시 김원려가 궁녀와 간통한게 발각돼 임진강에 던져진 사건은 이를 증명하는 역사적 사실이다.
남성호르몬 수치가 낮은 남자에게 남성호르몬을 투여하면 발기의 질이 좋아지는 경우는 많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남성호르몬수치가 정상이하로 아주 낮은 환자에게만 나타난다. 70세가 되어도 남성호르몬의 수치는 대부분 정상범위안에 속해 있다.
DHEA란 약에 대한 장기적 연구는 없다. 식품으로 취급돼서 그런지 몰라도 함량이나 순도가 규제되지도 않는다. 그러나 입으로 먹은 DHEA는 분해 소화되어 우리몸속에서는 더 이상 DHEA로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약의 효과는 무엇인가. 체력과 성기능을 젊었을 때와 같이 유지해 보려는 희망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진대 요즘의 이 열병은 작은 의학적 성과를 부풀리는 제약사와 언론매체의 부추김이 한데 어우러진 거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 02―760―2422
백 재 승<서울대의대교수>
▼약력 △44세 △서울대의대졸업(77년) △서울대의대박사(84년) △서울대의대 비뇨기과교수(87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의대 연구원(89∼91년) △대한남성과학회 학술이사(9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