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275)

  • 입력 1997년 1월 19일 19시 43분


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65〉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이발사는 쉬임없이 지껄여댔습니다. 「어딜 가나 저를 데리고 다니시면 쓸모가 있다는 걸 알게 될 것입니다. 그건 그렇고, 당신은 혹시 수상한 여자를 쫓아다니고 계신 건 아닙니까? 만일의 경우 목숨이라도 잃게 되면 큰 일입니다. 이 바그다드의 거리에는, 특히 금요일에는 그런 일이 비일비재합니다. 총독은 성미가 급하고 몹시 사나운 사람이니까요」 듣고 있던 나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소리쳤습니다. 「이 고약한 늙다리 악당놈아! 당장 꺼지지 못하겠어? 네놈은 어쩌면 그런 끔찍한 소리를 지껄이는가?」 그러나 이발사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고 말했습니다. 「나리는 바보로군요. 당신은 저에게 거짓말을 하고 솔직하게 말씀해주지 않았지만 저는 모든 걸 다 알고 있답니다. 정말이지 오늘은 당신을 도와드리려고 할 뿐입니다. 그 여자가 어떤 여자인지는 모르지만 그 여자가 당신을 해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습니까?」 이발사가 이렇게 큰소리로 지껄여대자 나는 이웃 사람들이 들을까봐 염려가 되어 자신을 꾹 눌러 참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는 동안 이발사는 이럭저럭 머리를 다 깎았습니다. 그러나 그때는 이미 기도와 함께 설교가 시작될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머리를 다 깎자 나는 말했습니다. 「자, 이제 음식과 술을 가지고 당신 친구들한테 가보시오. 나는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릴테니」 이렇게 달래어 이 귀찮은 악마를 쫓아버리려고 생각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이 악마는 말했습니다. 「당신은 나를 속이고 약속한 장소에 혼자 가서 스스로 위험한 일을 당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하면 당신은 재난을 모면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알라께 맹세코, 제가 돌아올 때까지 나가시면 안됩니다. 제가 따라가서 일이 되어가는 것을 보아 드릴테니까 말예요」 나는 애써 스스로를 억제하며 달래는 투로 말했습니다. 「기다리고 있을테니 빨리 돌아오도록 해」 그제서야 이발사는 나한테서 얻은 요리와 술, 그밖의 물건들을 가지고 나갔습니다. 그러나 이 찰거머리같은 놈은 나하고 무슨 원수가 졌던지 짐꾼을 시켜 물건들을 자기 집으로 보내고 자기 자신은 골목에 숨어 있었습니다. 내가 혼자 달아날까봐서 말입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나는 이놈이 사라지는 것을 보고는 얼른 일어났습니다. 왜냐하면 기도 시간을 알리는 사내들이 아까 벌써 모하메드께 드리는 금요일의 사라므를 외치고 갔기 때문입니다. 나는 허둥지둥 옷을 입고 나가 그 처녀의 집으로 달려갔습니다. 집 앞에는 노파가 지키고 서서 내가 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습니다. 나는 노파를 따라 위층 처녀의 방으로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내가 미처 처녀의 방으로 들어서기도 전에 그집 주인이 기도를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나는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 계단 벽면에 몸을 기대고 숨을 죽였습니다. 주인은 집으로 돌아오자 문을 걸어잠갔습니다』 <글:하 일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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