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重炫기자」 「번역 작가」의 꿈을 키워가는 전업 주부가 늘어나고 있다.
최근 자기 능력을 계발하고 부업 등을 통해 이를 발휘할 기회를 찾는 주부가 많아지면서 집에서 일할 수 있는데다 짭짤한 수입도 보장된다는 번역일에 고학력 주부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
서울의 한 번역학원에서 6개월째 강의를 듣고있는 주부 이형주씨(48·경기 부천시)는 『아들을 대학에 입학시킨 뒤 뭔가 나의 능력을 확인할 수 있는 일을 시작해보고 싶었다. 젊은시절 잠시 미국생활을 했던 경험을 살려 번역일을 하려고 학원에 나왔다』고 말한다.
주부들의 「번역바람」은 한국번역가협회(KST)가 주최하는 「번역능력인정시험」에서 확인된다. 한국번역가협회 유명우부회장은 『94년 가을 첫시험때 1천명에 불과하던 응시생이 지난해 가을에는 1만명으로 늘었으며 80%가 넘는 여성응시생중 30∼40%가 주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특히 대학에서 어학을 전공한뒤 결혼이후 오랫동안 학업을 중단했던 주부들이 영어 일본어 중국어 불어 독일어 노어 서반아어 등 7개 언어별로 실시되는 시험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재확인」하고자 응시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서울에만 5, 6개, 전국적으로는 10여개에 달하는 번역학원에는 4∼6개월에 40만∼65만원가량의 비싼 학원비에도 불구하고 주부수강생들이 몰리고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시사통역번역학원의 위성석원장은 『주부의 문의전화가 하루 30∼40통씩 걸려오며 매달 신규등록하는 사람의 20∼30%는 30, 40대 주부』라고 말한다. 일본어번역반에는 50, 60대의 주부도 있다는 것.
「오역천하」 「번역의 테크닉」 등 10여종의 관련서적이 진열돼 있는 대형서점의 번역지침서 코너에는 아이들 손을 잡고 책을 뒤적거리는 주부의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월간 번역학습지 「번역의 세계」 「번역나라」의 구독자중 30%가량이 주부라고 잡지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주부 권순정씨(39·서울 동작구 상도동)는 대학시절의 전공인 식품영양학과 전혀 관계없는 일본어를 3년전 공부하기 시작해 현재 번역으로 매달 50만∼80만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다. 『지난 3년간은 고3때보다 더 열심히공부했다』고자부하는권씨는 자문을 구하는 주변의 주부들에게 어학실력과 함께 국어구사력과 컴퓨터사용능력 등을 고루 갖추도록 조언한다.
그는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는 품이 들지만 가사를 돌보면서 일할 수 있어 좋다』면서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가 「우리 엄마는 번역사」라고 당당하게 말하더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을 전해듣고 벅찬 보람을 느꼈다』고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