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在 기자」 중견작가 이창동씨(43)가 영화감독으로 변신, 자신이 시나리오를 쓴 영화 「초록 물고기」 촬영을 최근 마쳤다. 지난 8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중편부문에 당선돼 문단에 나온 이씨는 소설가로 활동하는 틈틈이 시나리오를 발표하면서 영화계와의 인연을 유지해 왔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만류하는 이가 많았습니다. 대놓고 말은 안했지만 「소설이나 제대로 쓰지…」라는 표정이 읽혀지더군요』
그는 『소년시절 동네극장을 드나들면서 영화감독의 꿈을 키웠고 고교졸업후 7년간은 연극 연출자 겸 배우로 무대에도 서봤다』며 『이런 점에서 영화만들기는 「외도」가 아니라 창작작업의 연장』이라고 강조했다.
한석규 심혜진 문성근 주연의 「초록 물고기」는 신도시 유흥가를 무대로 잡초처럼 떠도는 인간군상의 삶을 사실적으로 담아낸 작품. 군에서 갓 제대해 주먹세계에 발을 들여놓은 막동(한석규)과 조직폭력 보스 배태곤(문성근), 배태곤의 정부이면서 막동을 사모하는 밤무대 여가수 미애(심혜진) 사이의 엇갈린 인연이 극의 중심 축을 이루게 된다.
이씨는 『90년대 중반 한국사회 밑바닥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묘사해 사랑 희망 순수 등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의 소중함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다』고 제작취지를 설명했다. 촬영 초기에는 아무리 사소한 흠이라도 지나치지 않고 처음부터 다시 찍는 「완벽주의」를 고집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제작조건이라는 현실과 「타협」한 대목이 적지 않았다고. 그러면서도 『애초 시나리오를 쓰면서 의도했던 비장함이랄까, 보는 이의 감정 깊숙한 곳을 건드리는 느낌은 유지할 수 있었다』고 자부했다.
『영화 개봉일(2월7일)이 다가오니까 흥행 결과에 신경이 쓰여 밤잠을 못 이룰 지경입니다. 작품집을 펴낼 때는 책 판매량에 별 관심이 없었는데…』
이씨는 당분간 소설을 쓰는 일에 매달리면서 두번째 영화연출작도 차근차근 준비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