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화 항간의 이야기들〈68〉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자신의 신세 이야기를 계속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운수 사나운 일을 대비하여 나는 평소에 옷소매 속에다 금화와 은화를 듬뿍 준비해 가지고 다녔던 터라, 그 돈을 꺼내어 마구 뿌려댔습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눈이 벌개져가지고 돈을 줍느라 좌우로 마구 몰려다니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그 틈을 이용해 허겁지겁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이쪽저쪽으로 방향을 바꾸어가며 바그다드의 좁은 뒷골목으로 말입니다. 그러나 어디로 가나 이 지긋지긋한 이발사가 뒤쫓아왔습니다. 「알라를 칭송하리라! 신의 덕택으로 나는 놈들을 속이고, 놈들의 손에서 나리를 살려냈어!」하고 소리치면서 말입니다. 그리고는 나에게로 달려와 이렇게 말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나리, 어딜 가시려는 겁니까? 당신은 쓸데없는 고집을 부리다가 마침내 이런 봉변을 당하시고 말았군요. 제가 당신 곁에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렇지 않았더라면 당신은 끔찍한 재난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놈들은 필시 당신을 불행의 구렁텅이에다 몰아넣고 말았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당신은 주변머리도 없고 언변도 없어 허둥대기만 하셨으니, 그렇다고 뭐, 나는 당신의 어리석음을 책망하려는 마음은 없습니다」
「그만큼 나를 괴롭힌 것만으로도 충분하지가 않아서 저자 거리에까지 날 따라와 그따위 수다를 떨려는 건가? 당신 덕분에 기막힌 꼴을 당했는데도 충분하지가 않단 말인가?」
나는 화가 치밀어 당장에라도 숨이 끊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 시장 복판에 있는 포목상 안으로 뛰어들어 주인에게 도움을 청했습니다. 내가 다급하게 도움을 청하자 주인은 이발사를 쫓아버렸습니다. 나는 포목상 안에 들어앉아 혼자말을 하였습니다.
「집에 돌아가면 그 이발사 놈의 저주를 면치 못할 것이다. 그놈은 이제 자신이 날 구했다고 생각하고 밤낮으로 내 곁을 떠나지 않을 것이다. 정말이지 그놈은 악마같은 놈이야」
그래서 나는 곧 증인을 불러 유언장을 만들었습니다. 그 유언장에다 나는 가족들에게 대부분의 재산을 분배하고 집과 토지도 팔아버리도록 지시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이 악마같은 놈의 손에서 벗어나기 위해 혼자 여행길에 올랐던 것입니다. 이곳에 도착한 지 얼마되지 않아 이 집 잔치에 초대를 받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건 또 어찌 된 일입니까. 여기에 들어오자마자 맨 먼저 눈에 띈 것이 이 자리에 끼어 있는 저 재수없는 악당놈이 아니겠습니까. 나에게 그토록 봉변을 당하게 하고, 한쪽 다리를 부러뜨리고, 나로 하여금 집과 고향에서 쫓겨나게 했던 장본인이 이 자리에 끼어있으니 내가 편한 마음으로 여러분들과 동석할 수 있겠습니까?』
한쪽 다리를 저는 아름다운 젊은이는 여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물었습니다. 그의 이야기를 들은 저희 일동은 몹시 놀랐습니다. 그리고 그 엄청난 수다로 그 아름다운 젊은이에게 못할 짓을 한 경위를 알자 우리는 그 뻔뻔스런 이발사 놈을 그냥 둘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그놈을 붙잡아 옥에 가두고 말았습니다.
재봉사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글 : 하 일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