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鄭恩玲 기자]「꽃」의 시인 김춘수씨가 자전소설 「꽃과 여우」, 시집 「들림, 도스토예프스키」를 동시출간했다. 민음사간. 스스로 『만년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김씨지만 작품속에 드러나는 열정과 힘찬 글놀림은 젊은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자전소설의 서문에서 던진 질문대로 「나는 지금 75세의 나이다.(내가 아니면)누가 나를 구제하겠는가?」라는 끊임없는 탐구의 정신이 그에게 무한동력을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꽃과 여우」는 96년 한햇동안 월간지 「현대시」에 12회에 걸쳐 연재한 글이다.
『여남은살이 되었을 무렵 최초로 「나는 누구이며 왜 지금 이곳에서 이렇게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품게 되었습니다. 그뒤 일본에서 대학을 다닐 때도, 문인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할 때도, 심지어 5공초기 국보위원으로 어설프게 정치마당에 끼어들었을 때도 이 질문은 끊임없이 내게 반복됐습니다. 나를 평생 사로잡았던 「자기정체성」에 관한 질문이 어떻게 내 시와 나를 만들었는가를 밝힌 것이 자전소설의 핵이지요』
처음 시작할 때는 평생을 정리할 계획이었지만 이번 소설은 겨우 50년대까지를 그리는 것으로 끝마쳤다. 김씨는 곧 작고한 김수영시인과 대척점을 그리며 「무의미시」라는 영역을 열었던 60년대와 80년대초 국보위원으로 정치에 관여했던 일 등 이후 40년간의 행보를 담은 후속 자전소설을 쓸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른 사람의 비판에 답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 진실을 밝힌다는 차원에서 한번은 정리할 필요를 느낀다』는 것. 김씨는 지난 10년간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 「악령」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를 신들린듯 수없이 되풀이해 읽었다. 새 시집 「들림, 도스토예프스키」에서는 도스토예프스키 작품의 등장인물들이 서로 대화를 나누며 사랑과 증오 죽음에 대한 고뇌를 격렬하게 토로한다.
『「인간은 이율배반적인 존재다. 인간내면에는 천사와 악마가 공존한다」는 도스토예프스키의 세계관을 죽음이 가까운 노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절실하게 이해하게 됐습니다. 도스토예프스키를 통해 인간구원이 어떻게 가능할까를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되묻고 있습니다』
김씨는 하루 1시간의 산책을 제외하고는 책읽기와 글쓰기로 소일한다고 근황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