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韓寶)철강사태가 현정권 최대의 의혹사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금융관행을 외면한 채 한보그룹에 천문학적인 거액의 편중대출이 이루어진 배경에는 외부압력이나 정경유착(癒着)의 비리가 개입돼 있지 않았겠느냐 하는데 의혹의 핵심이 있다. 그 때문에 한보그룹 도산의 후유증을 최소화하는 것 못지 않게 대출과 관련된 의혹을 신속하고 극명(克明)하게 밝혀내는 일이 초미(焦眉)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검찰은 채권은행단이 한보그룹을 정식으로 고발해오면 전면수사에 나서겠다고 말하고 있다. 한보사태를 단순히 기업과 은행간의 채권 채무관계로 보는 입장이다. 그러나 한보사태는 그렇게 형식적으로 대처할 사건이 아니다. 채권은행단의 고발과 관계없이 즉각 전면수사에 착수해 의혹을 남김없이 밝혀내는 것이 급선무다. 사건의 중대성을 감안할 때 검찰이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가 또 하나의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검찰은 이 사건에 의혹이 있다는 것을 직시하고 빨리 본격 수사에 착수해야 한다.
한보그룹에 대한 대출이 자산규모나 자금능력에 비해 과다하게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이미 드러나고 있다. 담보조차 확보하지 않은 채 여신한도를 초과한 거액대출이 계속되었고 그동안 몇번의 부도위기를 넘길 때마다 온갖 의혹이 제기되었던 전력(前歷)도 있다. 편중대출이 이루어진 과정에서의 탈법이나 한보그룹의 도산으로 인한 대출손실 등에 대해서는 1차적으로 은행이 책임질 문제이지만 의혹의 초점은 은행들이 왜 그렇게 했겠느냐 하는 데로 쏠린다. 경제논리나 금융원칙을 초월한 도저히 거절못할 외압(外壓)이 있었거나 아니면 우리사회의 고질인 정경유착 관계가 빚어낸 결과일 것이라는 의혹이 항간에 있는 한 그 의혹의 진위부터 말끔하게 가리는 일이 급하다. 그러지 못한다면 한보그룹사건은 현정권의 최대 의혹사건으로 계속 남게될 것이다.
한보그룹의 거액 특혜대출과 관련해 지금 항간에는 갖가지 풍설이 난무하고 있다. 「젊은 부통령」 「여권의 4인방」 등 신조어가 야당에 의해 들먹여지고 있는가 하면 심지어 여야 정치권의 동시로비설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에 따라 사회가 온통 뒤숭숭해지고 있으니 걱정이다. 사회안정을 위해서도 검찰은 즉각 수사에 착수해 대출과정은 물론 그에 얽힌 모든 의혹을 남김없이 밝혀내야 한다. 그러잖아도 그동안 검찰은 중립성을 의심받아 왔다. 이번에도 권력의 눈치를 보았다거나 외압의 영향을 받았다는 또다른 비판이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책임감과 소명의식을 가지고 성역(聖域)없는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밝혀내야 한다.
여야 정치권 또한 말로 하는 정치공방만 되풀이할 때가 아니다. 필요하다면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해서라도 의혹을 밝히는데 진력하는 것이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