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봄에 온 남자 〈6〉
그리고 이렇게 헤어져서도 안된다.
엘리베이터가 와서 멈춰 서자 그녀는 꾸벅 아저씨에게 인사를 했다.
『그래 연락하고 싶을 때 연락하고』
『예』
그러나 대답보다 먼저 눈물이 나왔을 것이다. 그리고 아저씨가 그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녀는 손을 올려 반쯤 얼굴을 가리고 비상 계단쪽으로 빠르게 걸음을 옮겼다. 코너를 돌 때 엘리베이터 앞엔 아무도 서 있지 않았다.
그날 그녀는 아주 늦게까지 혼자 거리를 돌아다녔다. 아까 본 아저씨가 정말 지난 이년간 함께 편지를 주고받았던 그 아저씨가 맞는지 모를 기분이었다.
어느 경우에나 첫 만남은 늘 어색한 것이라 해도, 그리고 서로를 이해하는 데 보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아까 그 자리는 그냥 어색하기만 했던 게 아니라 무언가 아저씨를 끊임없이 불편하게 하는 것 같았다.
그래, 한 번도 가정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지만 그 나이면 결혼도 했을 것이다. 아이도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다 하더라도 그냥 가볍게 날 대해주기만 해도 좋았을 걸.
정말 뒤에야 알았다.
오래 전 편지로 말한 생활의 지리멸렬이 정확하게 어떤 뜻인지. 그리고 귀국한 다음엔 왜 아저씨가 편지를 쓰지 않았는지. 그리고 처음 아저씨를 찾아갔던 날, 아저씨가 자기보다 열 세살이나 어린 여자를 왜 그런 태도로 맞이하고 보냈는지. 그 봄, 그녀가 아저씨를 만난 건 딱 세 번이었다. 그러나 다시 찾아갔을 때에도 먼저보다 좋았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도 그랬지만 늘 다시 찾아갈 수 없을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도, 마음의 상처를 받듯 돌아선 다음 또 며칠 시간이 지나면 다시 아저씨를 보고 싶은 마음이 지난번 만남에 대한 씁쓸한 기억보다 더 높은 키로 자라곤 했다.
아저씨가 아저씨의 집과 생활에 대해서 이야기한 것은 두 번째 신문사로 찾아갔을 때였다.
먼저 학교에서 전화를 하고, 다시 신문사 앞에 가서 전화를 했다.
학교에서 전화를 했을 때 아저씨는 반가워하면서도 반가움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더 무뚝뚝하게 말하는 것 같았다. 지금은 바쁘고 시간이 없다고.
그래서 그녀가 말했다.
『난 지금 아저씨를 만나야 해요』
늦게까지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아저씨를 기다릴 거라고.
<글 : 이 순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