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與野 또 줄다리기인가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9분


한보의혹을 다루기 위한 임시국회 소집에 원칙적으로 합의한 여야가 국정조사 특위구성 및 활동시한을 둘러싼 절차상의 입씨름만 거듭하고 있다. 당장 국회를 열어 조사활동을 벌여도 의혹을 풀지 의심스러운 판에 이처럼 시간을 끄는 속셈이 무엇인지 궁금하다. 물론 국회소집의 전제조건으로 제기된 문제들은 공정하고 철저한 조사를 위해 필요한 사항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이 과연 국회소집 자체에 고리를 걸어야 할 만큼 중차대한 문제인지 의문이다. 29일 3당 총무회담에서 나온 얘기를 들어보면 여야가 진심으로 한보의혹을 파헤칠 생각인지 의심스럽다. 특위위원 숫자를 여야별로 어떻게 나눌건지 또 활동시한을 언제까지로 잡을 것인지에 많은 시간을 소비했다. 특위에서의 수적 우위나 활동시한의 길고 짧음이 의혹을 파헤치는데 중요하기는 하나 본질문제는 아닌데도 여야는 거의 필사적으로 여기에 집착하고 있다. 이러니 당장 진상규명보다 대선(大選)을 앞둔 정국 주도권 다툼에 골몰한다는 비판이 따르는 것이다. 여당은 그동안 한보문제와 관련, 어떤 부정과 비리가 있건간에 국민 앞에 명명백백히 밝혀내겠다고 다짐해왔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도 『한보철강에 대한 사업인가부터 대출 부도처리까지 전과정을 철저하고 엄정하게 조사해 한점의 의혹도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었다. 때문에 임시국회 소집은 물론 국조권 발동도 수용한 것으로 국민은 이해했다. 그렇다면 여당 스스로 특위구성비율이나 시한문제에 지나치게 집착하지 말아야 한다. 야당들은 당초 노동법 등의 원천무효 백지화가 없을 경우 국회에 들어가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으나 한보사건 이후 태도를 바꿨다. 스스로 주장했듯 「해방 이후 최대의 권력형 비리사건」을 국회밖에서 다루는 것은 한계가 있고 철저히 진상을 밝혀내기 위해 국정조사를 벌여야 한다는 논리였다. 청와대 등 권력 최상층부에 대한 의혹도 제기한 만큼 문제를 검찰 수사에만 맡기지 말고 국민대표기관인 국회가 직접 파헤치자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전제조건만 고집할 게 아니라 국회부터 먼저 여는 것이 당연한 순서다. 여야는 특위구성뿐 아니라 특별검사제 도입과 한보청문회 개최 및 TV생중계문제 등에서도 팽팽히 맞섰다. 이런 공방은 엄정한 조사를 위해서라기보다 상대방 흠집내기나 기선을 잡기 위한 정략차원으로 비치기 쉽다. 국민의 의혹과 불신은 높아가는데도 여야는 연일 「샅바 싸움」만 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한보사태는 여야가 정쟁(政爭)차원에서 접근할 사안이 아니다. 정치권의 연루문제가 사건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절차 문제로 다투면 그만큼 불신만 사게 된다. 오늘 총무회담에서는 결론을 내리고 빨리 국회를 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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