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국회의장이 이 난국에 외유라니…

  • 입력 1997년 1월 29일 20시 19분


▼모든 일처리에는 선후(先後)가 있고 경중(輕重)이 있는 법이다. 다른 일 제쳐놓고 우선적으로 처리해야 할 일, 다른 일에 비해 비중이 낮아 잠시 뒤로 미뤄도 될 일을 가리는 것은 일 처리의 기본이다. 이 우선순위를 가리지 못하면 가닥이 흐트러져 모든 일이 엉망이 되고만다. 일반 시민도 그런 것쯤은 아는데 나라의 지도자급에 속한 사람이야 오죽하겠는가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이 오는 3월1일부터 14일까지로 예정된 유럽순방계획을 외교적 결례를 무릅쓰고 막판에 무기연기하기로 한 것은 그런 점에서 잘한 일이다. 김대통령은 요즘 지난해말부터 시작된 노동법파동에 한보사태와 대만 핵폐기물 북한반입문제 등 안팎으로 악재(惡材)가 겹쳐 잠을 설친다고 한다. 이 위기에 대통령이 「국익이 걸린 외교」라는 명분으로 외국에나 나간다면 여론이 악화되고 일이 더 꼬일 것은 뻔한 이치다 ▼이런 때 金守漢(김수한)국회의장이 喬石(교석)중국전인대(全人大)상무위원장의 초청으로 지금 북경을 방문하고 있다. 오는 4월의 국제의원연맹(IPU) 서울총회에 북한이 참여하도록 중국이 적극 유도해줄 것을 요청하는 등 양국 의회차원의 상호협력과 교류증진을 논의한다는 것이다. 그런 일로 나라 안이 온통 떠들썩한 이 시기에 국회의장이 꼭 밖으로 나가야 했는지 선뜻 수긍하기 어렵다 ▼그동안 김의장은 지난해 12월의 노동관계법 등 여당 단독변칙처리에 대해 빈말이라도 유감의 말 한마디 한 적이 없다. 더구나 김의장이 출국한 28일은 지난해말의 국회파행 이후 1개월여만에 여야 3당 총무가 처음으로 자리를 같이해 임시국회 개원문제를 협의한 날이었다. 바로 그날 김의장이 부인과 딸까지 동행해 중국방문에 나선 것이다. 4박5일 일정이라니 국회개원 때까지는 귀국할 수 있겠지만 모양은 매우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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