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주 기자] 「대구사람이 어떻게 장우동을 모를 수 있나」 「제주도에 가면 도투리농원의 흑돼지부터 먹어보라」.
특정 지방에서 번창해 전국적으로 세를 확장해가는 「향토 프렌차이즈 체인점」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지금까지 프렌차이즈 체인점은 본부를 서울에 두고 수도권에서 이름이 나면 지방의 가맹점을 모집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최근 향토 체인점의 등장은 「체인점의 지역파괴」인 셈이다.
프렌차이즈 체인점은 4, 5년전부터 미용실 빨래방 사진현상소 피아노학원 약국 부동산중개업소 놀이방 등 여러 업종으로 확산되는 「영역 파괴」가 진행 중이다. 그러나 대부분 서울 중심으로 일어났다. 최근엔 체인점의 영역파괴에 지역파괴가 가세했다.
대구에선 요즘 「장우동」열기가 뜨겁다. 지난해 3월부터 지금까지 대구에서 70여개를 비롯, 대구 경북지역에 모두 1백10여개의 가맹점이 문을 열었다. 장우동은 사장 장진숙씨(38·여)의 성을 따 이름을 지은 분식체인점. 가락국수 김밥 떡볶이 등 2천∼3천5백원의 다양한 간식을 판다.
장우동이 이 지역의 명물로 자리잡자 강우동 큰우동 청우동 송우동 장라면 등 「유사 체인점」도 잇따라 생기고 있다. 장우동은 다음달 서울의 신촌과 신정네거리에 가맹점을 오픈한다.
제주도의 「도투리농원」은 벌써 전국적인 체인점으로 자리잡았다. 도투리농원은 흑돼지와 백돼지 한마리의 모든 부위를 각각 모아 파는 식당. 95년 제주도에 연 7개의 체인점이 인기를 끌자 지난해초부터 서울에 6곳, 부산 경남에 25곳 등 전국에 70여개의 체인점을 냈다.
부산의 약국체인점 「메디팜」은 일찍이 지역파괴를 이룬 대표적인 체인점. 지난 93년 부산의 이정약국과 해양약국을 모태로 출범했고 지금까지 부산 경남에 1백63개, 서울에 3백60개 등 전국에 모두 1천여개의 가맹점을 갖고 있다.
향토 체인점이 등장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지방의 제조업이 일찍부터 침체해 투자자본이 안전한 체인점으로 몰릴 수밖에 없었다. 서울에 본부를 둔 체인점보다 향토체인점이 지역민의 기호를 잘 읽을 수 있다는 점도 이유 중 하나다.
한국외식산업연구소 주상태연구원은 『서울은 체인점 시장이 포화상태로 경쟁이 심하고 비용 부담이 커서 보다 쉽게 브랜드 이미지를 퍼뜨릴 수 있는 지방에 본거지를 두고 서울을 공략하는 경우가 생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