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김명신/知財權보호 관리 강화하자

  • 입력 1997년 2월 23일 20시 08분


5조원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한보사태는 온국민을 떠들썩하게 하면서 수많은 기업의 연쇄부도 위기를 불러오는 등 나라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있다. 올해 정부의 일반회계예산 총규모가 67조5천억원이니 5조원이면 국가적으로 떠들썩할만한 금액이다. 그러나 상표권 하나의 평가액만 해도 우리나라의 한해 예산규모의 절반을 넘어서는 경우도 있다. 세계 10대 유명상표중 하나인 코카콜라의 예를 들면 코카콜라 회사의 유무형 총자산액 4백80억달러(약41조원) 중 무형자산인 상표권은 무려 총자산규모의 90%에 달하는 4백34억달러(약37조원)로 평가되고 있다. 지적재산권의 위력은 우리의 상식 수준을 넘어선다. 국내 반도체 관련 유수기업체가 미국 회사에 지불해온 연간 로열티가 무려 2천억원에 달한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우리 나라가 외국으로부터 도입하는 기술 및 상표건수는 연간 1천여건. 이에 대한 로열티는 무려 1조원을 넘어서고 있다. 이 수치도 정부에 신고된 액수만 포함한 내용이니 실제 해외로 빠져나가는 기술로열티는 이를 훨씬 상회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경우 수출액의 절반이 지적재산권 로열티라고 하니 지적재산권이 국가경제에 미치는 힘을 가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형태는 변화하게 마련이다. 인류사회는 원시 수렵사회로부터 농경사회를 거쳐 산업사회로 발달했고 오늘날에는 고도의 첨단기술 정보화시대로 변모하고 있다. 지적재산권은 이같은 인류의 삶의 형태 변화와 함께 오늘날 우리에게 부여된 큰 자산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시대가 열리고 우리도 경제협력 개발기구(OECD)의 일원이 됐다. 이젠 지적재산권에 대해 범국가적으로 지대한 관심과 지혜를 모아야만 할 때다. 다행히 내년 3월1일부터 특허법원이 문을 열게 되면서 지적재산권 시대에 즈음한 우리의 발걸음은 세계화에 한발짝 성큼 다가서게 됐다. 그런만큼 컴퓨터 프로그램을 비롯해 반도체칩 캐릭터 인공지능 멀티미디어 등 첨단 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겨나는 각종 신지적재산권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육성할 정부기구의 신설이 요망된다. 산업재산권 주무기관인 특허청을 캐나다처럼 지적재산부 형태로 승격시켜 그 기능과 활동범위를 더욱 강화해나가야 한다. 미래 국가 흥망의 열쇠로 일컬어지는 지적재산권 정책이 소홀해진다면 국가경쟁력 제고를 위한 정책은 한갓 탁상공론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김명신<대한변리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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