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權永吉(권영길)위원장은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갖고 다소 뜻밖의 결정을 발표했다.
『정리해고제 철회 등 10가지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진다면 복수노조 허용요구를 포기할 용의가 있다』는 발언이었다.
민주노총측은 『이는 국민다수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조직의 합법화라는 숙원사항마저 포기할 수 있다는 희생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민주노총이 「우리가 조직 합법화만을 얻어내려고 파업하는 것은 아니다」고 과시하기 위한 「배수진」전략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으나 상당수 노동전문가들은 『민주노총이 어려운 결단을 내렸다』고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럼에도 기자는 민주노총지도부가 복수노조 문제에 대해 뭔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복수노조 허용은 민주노총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지난 80년대 중반이후 지금까지 우리사회 안팎에서 복수노조 허용을 촉구하는 목소리들이 계속돼 온 것은 「복수노조금지조항이 헌법이 보장한 근로자의 단결권을 침해하고 있으며 이 조항의 개정이 노동기본권 선진화의 핵심」이라는 논리에 바탕한 것이었다. 결코 특정 조직의 합법화가 주된 목적은 아니었다.
더구나 현재 한국노총과 학계 시민단체 등도 복수노조 허용을 요구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우리사회의 노동기본권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 것인지」를 가늠하는 보다 높은 차원에서 결정해야 할 복수노조 문제를 자신들의 합법화 차원에서만 간주한다면 이는 오만에서 비롯된 자기중심적인 생각이라는 비난을 받을만 하다.
민주노총이 최근 총파업을 주도하는 등 「실력」을 과시하면서 자신도 모르게 과거 어려웠을 때를 잊고 점차 오만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
이기홍 <사회 1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