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트라이트]장담그기 보급 조숙자씨

  • 입력 1997년 3월 3일 08시 32분


[강수진 기자] 서울 강남구 세곡동 은곡마을. 이곳에서 조숙자씨(58) 집을 찾기는 쉽다. 마을에서 아무나 붙잡고 물어봐도 알 만큼 조씨는 이 마을의 유명인사다. 4년전 서울시 농촌지도소에서 장담그기 강좌를 한 것이 계기가 돼 매년 이맘 때 조씨 집에서 실시하는 무료강좌에 주부들이 몰려들면서 그의 집을 물어보기 때문에 더욱 널리 알려졌다. 올해는 3일부터 5일까지 매일 한차례씩 장담그기 무료실습강의를 한다. 해마다 소문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올해 실습참가 예상 인원은 9백명정도. 대부분 40, 50대 주부지만 장담그는 법을 배우고자 찾아오는 남성들도 의외로 많아 열 명에 한 명꼴은 된다고. 옛날부터 장은 음력 정월에 담근 것을 제일로 쳤는데 늦어도 음력 3월초까지는 담가야 한다. 날씨가 쌀쌀할 때 담근 장이라야 쉽게 변질되지 않고 날씨가 풀리면서 장이 골고루 익어 감칠맛을 내기 때문이다. 『장맛은 첫째가 콩, 둘째가 물, 셋째가 공기, 넷째가 독, 다섯째가 정성이라고 합니다. 장은 마치 어린 애기 다루듯 해야 해요. 장이 익을 때까지는 맘놓고 외출도 못하죠』 매일 수많은 독뚜껑을 일일이 열고 고루고루 햇볕을 쬐어주고 틈틈이 항아리의 먼지를 닦아내는가 하면 사흘에 한번씩은 독주둥이에 덮은 천을 빨아야 하기 때문에 그의 하루는 정신없이 바쁘다. 『장독대위에서 햇볕을 쬐고 있는 항아리를 보면 그렇게 뿌듯할수가 없어요. 「보록보록」 장익는 소리를 들으면 가슴이 설레고 즐겁죠』 그는 최근 8백명분의 장을 담갔다. 조씨는 우리콩먹기운동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 농촌지도소의 부탁으로 장을 원하는 사람들에게 그의 집에서 실비를 받고 장을 직접 담가 익을 때쯤 찾아가도록 하고 있다. 70평 남짓한 앞뜰에는 크고 작은 독이 1백50개쯤 줄지어 놓여있다. 햇콩이 나오는 가을이면 직접 산지에 가서 우리콩을 사다가 메주를 쒀서 1년 먹을 분량의 된장과 간장을 담가준다. 주문자는 대부분 도시 아파트촌의 주부들. 그는 『나이 먹어서 남에게 뭔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게 즐겁다』며 『요즘 젊은 사람들은 간장을 사먹기도 한다지만 직접 담가먹는 간장맛에 비할 바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슬하의 3남1녀중 둘째딸이 조씨의 손맛을 이어받아 장 만들기를 배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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