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젠 노사가 힘 합칠때

  • 입력 1997년 3월 9일 19시 46분


여야가 진통끝에 노동관계법 단일안에 합의했다. 당초 지난달 말로 잡았던 타결시한을 연장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기는 했으나 새로운 노사(勞使)관계의 큰 틀을 마련한 것이며 노동법 공백기간도 단축할 수 있게 되었다. 지난 연말 노동법 변칙처리로 비롯되었던 노사정(勞使政)대립구도에 이제 마침표가 찍혀야 한다. 앞으로 남은 국회본회의 처리과정에서도 여야는 그간의 합의정신을 지켜 후유증을 남기지 말아야 한다. 여야가 합의한 단일안은 노동계 파업의 직접적인 촉발제가 되었던 복수노조조항을 당초 정부안대로 다시 고쳐 상급 노동단체의 복수노조를 올해부터 허용하도록 하고 있다. 기업별 복수노조 허용시기를 5년간 유예했지만 이로써 복수노조시대가 열린 셈이다. 노조의 정치활동 금지, 제삼자 개입금지조항의 삭제와 함께 그동안 노사정간에 찬반이 갈렸던 주요 쟁점 가운데 하나가 국회차원의 조정으로 풀린 것이다. 복수노조의 허용은 결사의 자유와 노조선택권을 보장하는 노동법의 국제기준에 비추어 불가피한 선택이다. 여야 단일안은 노조전임자의 임금지급을 금지하고 무노동 무임금원칙을 도입했다. 복수노조문제 못지않게 노사간 이견이 팽팽하던 쟁점사항이다. 노조전임자 임금의 경우 노조의 지불능력을 감안해 완전 금지시기를 5년간 유예하고 파업기간중 임금의 경우 기업에 지급의무가 없다는 선언적 표현으로 처리하기는 했으나 국제관행에 맞는 결정이다. 특히 파업기간중 임금지급문제를 놓고 쟁의를 벌이지 못하도록 처벌규정을 둔 것은 무노무임(無勞無賃) 정착을 위한 제도적 장치다. 또 다른 쟁점사항인 정리해고제는 도입은 하되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노사협의를 거치도록 조정했다.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시급한 제도의 시행시기를 2년 뒤로 미루고 인수합병의 경우를 정리해고 대상에서 제외한 여야합의가 정치적 절충의 산물이라면 안타까운 일이다. 지난 연말 날치기 통과로 물의를 빚었던 노동법은 이제 국회손으로 다시 고쳐지게 되었다. 노동법은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얽혀 있기 때문에 노사 당사자 합의로 고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래야 지켜지는 법이 되고 노사관계의 안정에 기여할 수 있다. 국회는 국민의 대의기구다. 지난해 노사관계개혁위원회에서 당사자 합의에 실패하고 국회에 쟁점조정을 위임한 이상 국회에서의 여야합의는 당사자 합의나 다름없다. 그동안 여론수렴과정을 거쳤지만 다시 바뀌는 노동법의 내용에 대해 노사 어느 쪽이든 아쉬움이 남을 수는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 경제사정은 다급하다. 여야합의에 의한 노동법 재개정을 전환점으로 노사는 갈등과 대립관계를 청산하고 오로지 경제를 살리는 일에 합심협력(合心協力)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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