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영태 기자] 책도 소프트웨어처럼 「베타테스트」를 받는 시대가 왔다.
최근 컴퓨터 입문서를 출판할 때 독자층으로부터 베타테스트를 받아 품질을 높이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 것.
베타테스트란 원래 소프트웨어를 시판하기 전에 시제품 단계에서 버그(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으레 실시하는 검증과정을 말한다. 일부 사용자층이 오류를 잡아내 성능을 체크하기 때문에 더욱 짜임새 있고 완전한 제품을 만드는데 쓰는 방법이다.
서적의 베타테스트는 일반적으로 어휘 문장 내용뿐만 아니라 디자인 편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측면을 검토한다. 초보자들이 이해할 때까지 원고를 수정하는 것은 기본이다.
출판계에 베타테스트가 도입된 배경은 2,3년전부터 컴퓨터 입문서 분야의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 기획단계부터 독자의견을 수렴해 구미에 맞는 책을 만들어야만 살아남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베타테스트를 도입해 성공을 거둔 대표적인 곳은 도서출판 길벗. 지난해 2월 처음으로 이 방식을 적용한 「컴퓨터 무작정 따라하기」는 서점의 컴퓨터코너에서 스테디셀러로 올라섰다. 후속 시리즈인 「윈도우95 무작정 따라하기」 「PC통신」 「엑셀7.0」 등도 잇따른 베스트셀러다. 책마다 3,4명의 베타테스터를 PC통신에서 모집해 제작했다.
「컴퓨터, 처음부터 다시 배우기」(홍익미디어CNC)도 독자의 눈으로 쓴 PC입문서. 분야마다 단행본 한권과 맞먹을 만큼 충분한 내용으로 채워졌다. 단순히 컴퓨터기술을 전달하는 것보다 컴퓨터를 각자의 실생활에 활용할 수 있는 컴퓨터마인드를 길러주는 데 중점을 뒀다.
부록으로 나오는 CD롬 석장에는 초보자들이 쓸만한 프로그램이 듬뿍 들어있다.
「인터넷의 모든 것 배한성 손안에 있소이다」(현민시스템)는 초보자의 눈높이에 맞춰 인터넷의 개념과 활용방법을 담은 입문서.
컴퓨터를 연결하는 네트워크의 개념을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전문가의 검증을 받았다. PC통신 주부모임에 의뢰해 이해하기 쉽도록 초본을 손봤다.
이밖에 라인리그 가메출판사도 이 방법을 택하고 있다. 베타테스트는 결과적으로 출판업계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도서출판 길벗의 이지현 팀장은 『베타테스트를 실시한 후 컴퓨터입문서의 질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베타테스트 이후 독자들로부터 쇄도해 업무에 지장을 줄 정도였던 문의 전화가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