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홍은택특파원]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정치자금 스캔들의 깊은 늪에 빠져들면서 공화당의 트렌트 로트(56) 의원이 뉴스의 전면에 떠오르고 있다. 공화당 상원 원내총무로서 의회차원의 정치자금 조사를 진두지휘하고 있기 때문이다.
로트는 최근 민주당이 선거자금 모금 스캔들의 초점을 흐리기 위해 조사 범위를 선거 전반으로 확대시키려 하자 조사범위를 96년 선거로 한정시켰다. 클린턴의 정치적 운명이 향후 조사결과에 달려있다고 볼 때 로트가 올 한 해 언론의 시선을 몰고 다닐 것은 분명하다.
그는 73년부터 89년까지 하원의원을 지낸 뒤 상원에 진출, 연거푸 당선된 「실패를 모르는」 정치인. 상원에서는 재선의 경력에도 불구하고 같은 미시시피주 출신 고참 상원의원인 태스 코크람을 44대 8이라는 압도적인 표차로 제치고 보브 돌 전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내놓은 원내총무직을 승계했다. 이는 공화당이 돌의 실용주의적 보수주의 노선에서 보다 선명하고 강경한 보수주의로 선회함을 상징하는 세대교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로트는 깅리치 하원의장이 최근 세금 미신고문제로 정치적 타격을 입자 공화당의 뉴 리더로까지 발돋움하고 있다. 깅리치의 보수주의 노선을 표방하면서도 훨씬 유연한 협상력을 갖추었다는 평.
지난 74년 리처드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몰고온 워터게이트 청문회에서 닉슨을 강력하게 옹호했던 그가 지금 클린턴의 스캔들을 파헤치고 있다는 사실은 하나의 아이러니. 미시시피대 출신의 변호사인 그는 당초 공화당이 아니라 민주당 윌리엄 콜머 하원의원의 비서로 정계에 입문, 정적으로부터 기회주의자라는 비난도 듣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