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김현철씨 증언은 당연하다

  • 입력 1997년 3월 10일 20시 10분


사실상 「한보 국회」라 할 수 있는 이번 임시국회 회기도 1주일밖에 남지 않았으나 한보국정조사는 계속 원점에서만 맴돌고 있다. 金泳三(김영삼)대통령의 차남 賢哲(현철)씨의 청문회 증인채택을 둘러싼 여야공방 때문이다. 여권 일각에서조차 그를 증언대에 세워야 한다는 주장이 일고 있으나 여당은 어제 국조특위에서 종전의 불가(不可)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런 식이라면 회기내에 청문회가 열리리란 보장이 없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철씨의 청문회 증언은 한보사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이다. 많은 국민들은 현철씨의 증언을 듣지 않는 청문회는 하나마나란 생각을 갖고 있다. 대통령도 대(對)국민담화에서 『제 자식이 책임질 일이 있다면 응분의 사법적 책임을 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청문회에 못 나올 이유가 없다. 그가 자신의 주장처럼 결백하다면 국민대표기관인 국회의 청문회를 통해 검증받는 것이 오히려 떳떳하다. 때문에 현철씨 스스로 청문회에 나와 증언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그것이 안되면 대통령이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한보의혹의 진상규명을 위해서라면 그가 누구든 성역없이 조사한다는 당초의 다짐을 지켜야만 사람들은 사과담화의 진실성을 믿게 된다. 보도대로 여당이 청와대에 현철씨의 증인채택을 건의했다면 그것도 어폐(語幣)가 있다. 그는 대통령의 아들이지만 분명히 국민의 한 사람이다. 국회가 부를 필요가 있으면 부르는 것이지 무엇 때문에 청와대에 건의하고 수용하는 절차를 밟아야 하는가. 같은 이유에서 그를 증인으로 채택할 경우 증언시간을 제한하고 청문회 마지막날에 중계방송이나 사진촬영을 금한 채 비공개로 증언을 듣자는 의견도 사리에 맞지 않다. 국정조사를 위해 채택하는 모든 증인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 어느 특정인을 봐주고 두둔하는 인상을 주는 청문회는 신뢰받기 어렵다. 본란이 거듭 지적했듯이 실체적 진실규명을 위해서는 어떤 예외도 없어야 한다. 그래야 한보문제는 정리된다. 그렇지 않고 미진한 채로 불씨를 남겨두면 두고두고 나라의 짐으로 남을 것이며 대통령의 임기말 국정수행도 어려워진다. 현철씨가 청문회에 나가면 야당의 공세는 드셀 것이 뻔하다. 그러나 어차피 맞을 매라면 빨리 맞는 것이 현명하다. TV생중계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지난번 개각때 김대통령은 현철씨 관련 의혹이 있는 인물들을 대부분 국정에서 배제시켰다. 그런데도 현철씨가 연합TV뉴스(YTN)의 사장인사에 개입했다는 의문이 새로 제기되는 등 추문이 끊이지 않는다. 이런 대목들까지도 풀어 주지 않는 한 국민신뢰는 회복될 수 없다. 집권여당은 이제 현철씨 문제에 대한 단안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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