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교실/신혼스트레스]맞벌이주부 집안일도 힘든데…

  • 입력 1997년 3월 12일 08시 04분


20대 여성이 임신여부를 확인해달라고 찾아왔다. 생리 예정일이 닷새나 지났는데 소식이 없어 걱정된다는 것이다. 소변검사를 해보니 임신은 아니었다. 배에 가스가 자주 차고 소화가 되지 않아 고통스럽다고 했다. 신혼이라서 입덧을 하는 줄 알았다며 임신이 아니라서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너무 피곤해서 몸에 이상이 생긴 것같다고 했다. 이런 경우 위암이나 위궤양인지 아니면 신경성인지 구별해야 한다. 나이가 젊고 체중 변화가 없고 진찰 결과 이상이 없으면 암으로 보기 어렵다. 나는 혹시 직업이 있는지 그리고 하는 일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결혼한지 한달 조금 넘었는데 잡지사에 근무하면서 밤늦게 일하는 날이 많았다. 특히 마감에 쫓겨 일을 하느라 녹초가 된다고 했다. 일은 그걸로 끝나는 게 아니다. 집에 돌아오면 빨래와 청소를 해야 하고 식사준비하는 일이 기다리고 있다. 결혼 전에는 어머니가 해주던 일이 이제는 자신의 일로 바뀌었다. 남편 와이셔츠를 다리는 것도 그녀의 몫이다. 섹스를 하고 나면 다음날 더 피곤했다. 남편이 신혼이라 성관계를 자주 요구하는데 피곤할 때는 귀찮기만 하고 남편의 끈질긴 요구에 응한 후에는 괜히 창녀가 된 느낌마저 든다고 했다. 그녀는 임신하면 직장을 그만두게 될까봐 두려웠다. 남편이 「맞벌이」에는 찬성하면서도 피임에는 신경쓰지 않아 화가 났다. 결혼을 통해 두사람이 독립하는 것은 한편으로 자유로운 삶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반면 고립된다는 의미도 있다. 예전에는 가족들이 간섭하고 충고했지만 이제는 싸우더라도 중재할 사람이 없다. 신혼 때는 배우자의 가족이나 친구와 새로운 인간관계를 만드는 일이 스트레스를 준다. 배우자는 자신이 선택했지만 가족까지 선택한 것은 아니라서 이들과 원만한 관계를 맺지 못할 경우 부부관계에도 심각한 위기가 닥친다. 자녀 문제도 미리 상의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된다. 언제 낳을 것인지, 몇명을 낳을 것인지, 피임을 한다면 어떤 방법을 쓸 것인지 의논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의사가 도움을 줄 수도 있다. 가정을 새로 꾸미는 게 그렇게 감미로운 것만은 아니다. 결혼초에 이혼하는 부부가 가장 많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시기에 비참해지지 않으려면 사랑과 이해를 전제로 한 대화가 필요하다. 02―270―0599 서홍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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