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문석이(12)가 축구시합을 하다 규칙문제로 이디라는 친구와 말다툼 끝에 발길질을 하며 싸움을 했다. 공에 손이 닿았는데도 공격을 계속하자 이의를 제기하면서 시비가 생긴 것이다.
그러자 선생님은 두 아이를 경기에서 빼낸 뒤 무엇이 잘못됐는지 자세한 경위를 듣고 양쪽의 잘못을 지적해 주었다. 규칙을 어긴 것도 잘못이지만 힘으로 해결하려는 태도도 나쁘다는 것이 결론.
선생님은 둘을 서로 사과시킨뒤 문석이에게 슬며시 특별주문을 했다. 방과후 이디의 집에 놀러가 보라는 것이었다. 문석이는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친구집에 가야한다며 사과 2개를 싸달라고 했다. 아마 둘이 사과를 나눠먹으며 사과를 한 모양인데 그뒤론 신기할 정도로 늘 단짝처럼 붙어다녔다. 문석이를 괴롭히던 다른 친구들과도 관계가 좋아졌다.
아이들이 싸울 경우 적당히 개입해 시비를 가려주고 인간적인 접촉이 가능하도록 우회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슬기롭게 가르쳐준 셈이다.
또 이 학교는 매월 학급별로 「엘테른 아벤트(ElternAbend)」라는 모임을 가졌다. 학부모와 교사가 함께 저녁식사를 하면서 자녀의 학과교육 상담은 물론 학부모끼리 고민도 털어놓는 자리였는데 빠지는 부모는 거의 없었다.
이 자리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끼리 문제가 있을 경우 학부모들이 어떻게 협조하면 좋을까 등을 놓고 진지하게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여기서 가까워지는 경우가 많아 좋은 기회였다.
문제를 계속 일으키는 학생은 일단 반을 바꾸어 본뒤 그래도 나아지지 않으면 다른 학교로 전학을 시키기도 했는데 전학절차가 그리 까다롭지 않았다.
〈필자 조은희(조은희·38)씨는 남편과 함께 지난 85년부터 10년간 독일 베를린에서 유학하면서 문석(12) 형석(6)형제를 키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