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캠페인/매연줄이기]경승용차 비율, 너무 낮다

  • 입력 1997년 3월 17일 08시 50분


[구자룡기자]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배기량이 많은 차를 점점 더 선호하고 다른 나라 운전자들에 비해 연간 운행거리도 길다.

그리고 자동차 관련 세제는 이런 운전자들의 나쁜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대기오염도를 날로 심화시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띠고있다.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등록차량대수는 지난 92년 5백23만1천대에서 95년 8백46만9천대로 늘어났다.

더욱 주목해야 할 사실은 이 기간중 승용차의 평균배기량도 1천5백84㏄에서 1천6백83㏄로 늘었다는 점이다. 즉 차량대수가 늘어남과 동시에 승용차들이 점점 중형화하고 있다. 차가 커지면 배출되는 가스의 양도 늘어난다.

환경부자료에 따르면 7백96㏄ 경승용차의 이산화탄소 발생량이 ㎞당 1백46.5g인 반면 1천9백98㏄는 2백41.5g, 3천4백97㏄는 2백92.2g으로 차가 커짐에 따라 오염물질의 배출량이 급격히 늘어난다.

이산화탄소는 오존층을 파괴해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범이다.

소득수준이 증가할수록 차가 고급화 중형화 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소득수준이 훨씬 높은 선진국에 비해 8백∼1천㏄ 이하 경승용차의 비율이 현저히 낮다. 우리나라의 소형 및 경승용차 비율이 전체 승용차의 4.5%에 불과한 반면 이탈리아 40.3%, 프랑스 39.0%, 일본 14.6%, 영국 9.1%, 독일 7.3% 등이다.

따라서 소형 및 경승용차의 비율이 낮고 중대형 승용차가 늘어나는 것은 소득수준의 증가보다 과소비 풍조와 관련이 깊다고 봐야 한다.

또 차가 클수록 세금비율을 낮게 책정하고 있는 정책도 한몫 거들고 있다. 1천5백㏄급 6백28만원짜리 승용차를 구입하는데 부과되는 세금은 23만4천원으로 차량가격대비 세금비율은 3.7%. 이에 비해 중형차인 2천5백㏄급 2천4백90만원짜리 승용차를 구입하는데 부과되는 세금은 58만7천으로 2.4%에 불과하다.

중대형차를 구입할수록 세금을 할인해주는 역진세(逆進稅)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또 자동차 관련세금이 보유(82%)에 집중되어 있고 운행(18%)에는 낮게 책정되어 있어 과다운행의 원인이 되고 있다.

보유의 세금비율을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일본 독일의 3배, 미국의 10배나 된다.

승용차(영업용택시 포함)의 한해 평균 주행거리를 보면 우리나라는 2만3천3백㎞로 일본 1만2백㎞의 2배가 넘고 자동차없이는 집밖으로 나가기 어렵다는 미국(1만4천7백㎞)보다도 길다.

환경부 교통공해과 李載鉉(이재현)서기관은 『중대형차를 선호하고 차량을 지나치게 많이 이용하는 것은 운전자의 의식못지 않게 정책당국의 책임도 크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